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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병천 Jun 10. 2024

느린마을 막걸리

막걸리의 신세계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누군가와 어울리며 살아가는 존재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고, 타인을 만나는 일에 염증을 느낄 수도 있다. 좋든 싫든 사람을 만나게 된다. 페이스북의 저커버그는 세상을 더 가깝게 연결한다는 가치를 강조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을 사용한다고 해서 친구와 가까워지진 않을 것이다. 차라리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소소한 일상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아요 버튼을 누르고 마음에도 없는 댓글을 다는 것보다 친구와 가까워지지 않을까? 소통의 도구보다 진심 어린 만남이 중요하다.


땀 흘린 후 마시는 막걸리는 대부분 맛있다. 운동이나 노동을 하지 않고도 맛있는 막걸리도 많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막걸리는 바로 느린마을 막걸리다. 막걸리 전문가가 입을 모아 칭찬하는 곳은 포천이다. 포천의 물은 막걸리를 담그기 매우 좋은 물이라고 한다. 느린마을 막걸리도 포천에 양조장을 두고 있다. 특히 합성감미료가 첨가되지 않은 느린마을 막걸리는 요거트를 마시는 느낌이다. 느린마을을 처음 맛본 날의 인상은 잊히질 않는다. '물과 누룩과 쌀로만 빚은 막걸리가 이렇게 맛이 좋다고?' 믿을 수가 없을 만큼 맛이 좋았다. 막걸리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는 막걸리는 단연코 느린마을 막걸리다. 특히 느린마을은 제조 후 날짜가 지나면서 맛의 변화가 생긴다.


<느린마을 양조장, 이미지 출처 : www.homesool.com>


병입 후 날짜에 따라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맛을 구분한다. 숙성도에 따라서 다른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각각 다른 막걸리가 아니다. 느린마을 막걸리를 보면서 사람에 관한 생각을 해본다. 같은 사람이라도 성장의 과정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인다. 세월이 흐르면서 늙어가는 겉모습부터 지식과 경험을 쌓으며 달라지는 내면이 그러하다. 누구나 봄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지만 우린 여름과 가을을 지나 겨울을 맞이하게 된다. 난 인생의 계절에 어느 지점쯤 와 있을까?


좋은 사람과 함께 마시는 막걸리도 좋지만, 가끔 조용히 혼자 즐길 때도 있다. 느린마을 막걸리를 마실 땐 안주가 없어도 좋다. 막걸리만 마셔도 충분히 맛있고 허기도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 느린마을 양조장이라는 프랜차이즈 매장이 있는데, 2시간 동안 생막걸리를 무한으로 리필할 수 있다.(2024년 6월 현재 12,000원/인) 이곳에는 지게미를 이용해서 만든 과자를 서비스로 주는데 안주로 함께 먹기 좋다. 느린마을 막걸리를 처음 접했을 때엔 봄/여름이 좋았다. 달콤한 맛에 반해버릴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봄/여름보다 가을/겨울의 막걸리를 더 좋아한다. 


<느린마을 봄맛, 이미지 출처 : www.homesool.com>


막걸리 입문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맛은 봄맛이다. 병입 후 1~5일에 마시면 달콤함이 온몸을 감쌀 것이다. 요거트를 마시는 기분이 느껴진다. 막걸리에 대한 좋지 않은 추억을 사라지게 만들어 줄 거라 기대한다.


<느린마을 여름맛, 이미지 출처 : www.homesool.com>


여름맛은 땀 흘린 후 마시면 매우 좋다. 다만 한 병 이상 마시면 가을이나 겨울맛이 생각날 수 있다. 봄/여름 맛은 너무 달아서 즐기지 않는다는 사람도 제법 많이 만났다.

<느린마을 가을맛, 이미지 출처 : www.homesool.com>


최근 가장 많이 찾게 되는 맛은 가을맛이다. 내 인생의 계절도 가을쯤 왔을까? 담백하고 무르익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가 반영된 것일까? 너무 달지 않으면서도 기분 좋은 맛을 선사한다. 특히 여름철에 더욱 생각나는 맛이다.


<느린마을 겨울맛, 이미지 출처 : www.homesool.com>


겨울맛은 송명섭 막걸리처럼 쌀 고유의 맛이 잘 느껴진다. 합성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아도 단맛이 강한 봄/여름의 느린마을 막걸리를 생각하면, 과연 같은 막걸리인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단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가장 많이 찾는 막걸리이다. 이 맛을 보려고 구매 후 냉장고에 보름 이상을 방치해 두는 경우가 많다.


<느린마을 춘하추동, 이미지 출처 : www.homesool.com>


최근 홈술닷컴에 사계절 막걸리를 모두 판매하고 있다. 가을/겨울맛을 느끼기 위해서 구매 후 냉장고에 오래 보관해 둔 경험을 생각하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빠르게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 속에서 효율과 실용이 강조되는 시대 속에서 '느린마을' 그 이름도 참 반갑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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