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소신을 지키는 진짜 힙스터
“건너편에서 같은 노선의 버스가 지나가면, 5분쯤 뒤에 이쪽으로 그 버스가 오더라고. “
”생활 속에서 경험 데이터를 수집했네? “
“어, 근데 오늘은 동시에 교차해 지나가는 버스를 봤다”
“이상치다”
“이상치가 영어로 outlier인가?”
이상치는 비정상성을 담아, 무언가 소외된 존재가 된 느낌이 들지만, 아웃라이어라는 단어는 힙하다, 고 생각했다.
서로 너무나도 비슷하고, 그래서 조금만 튀는 결괏값을 내면 비정상으로 규정되는 곳. 환경을 위한 노력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도, 조금만 다르면 유난스러운 사람이 되는 한국 사회에서는 어려워 보였다.
겉모습으로 판단당하지 않기 위해 브랜드를, 돈을, 덧발라야 한다. 소유하는 물건들은 기본적인 사용용도를 넘어 이미지를 나타내고, 서로를 재단하는 기준점이 되어버렸다. 끝없는 소비 경쟁 속에서,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올곧게, 최소한의 소비만으로 살 만큼 용감해질 수 있을까?
하는 일도 그렇다. 출신 대학, 회사, 직책 ... 수많은 타이틀로 서로의 상하관계를 규정하고 서로를 평가하고 비교하는 곳에서, 좋은 대학에 진학해 미래와 명예가 보장된 ‘의사’가 되기 위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세상의 시류에 휩쓸려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불행해지고, 자신의 직업을 휘둘러 다른 사람들을 깎아내리기도 한다. 불행 속에서 고고함을 유지하기 위해.
나는 요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니, 대기업에 다니는, 연봉이 높다는 사람이 부럽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바로 그 일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찾아왔고, 성장하고 있다. 지적 호기심, 원하는 분야에서의 전문성, 글로벌 경험. 내가 원하는 역량을 기를 수 있으니, 회사의 네임 밸류, 연봉도 딱히 부끄럽거나 불만족스럽지 않았다. 나의 상황을 남들과 비교하려는 생각 자체가 들지 않았다.
”누군가 진심으로 환경미화원이 되고 싶다면, 응원하고 지원해 주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
“그러게, 그게 자기 기질과 지향하는 가치와 맞아떨어진다면, 자기와 꼭 맞는 일을 찾아서 감사할 거야. 행복할 거고.”
자신의 기질과 역량을 십분 발휘할 일, 직업을 찾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일 테다. calling이라는 말처럼, 내가 적임이라며 나를 ‘부르는‘ 일을 업으로 삼는 것은 얼마나 행운인가. 각자 그렇게 일을 찾는다면, 만족스러운 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가지 않을까.
다시 한번, 동생과 나만큼은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다짐했다. 타인이 옳다고 믿는 것들에 휩쓸려 내가 내리지 않은 선택들로 삶을 이어가느니, 손가락질받더라도 마음이 동하는 일들을 따라가자고 했다. 대신 열심히 하자고, 야무지게 잘 해내도록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하자고.
그렇게 나 자신에게 솔직하고, 거슬리는 마음이 들지 않는 자연스러운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 고고한 선비들처럼. Outlier가 되어, 조금 힙해지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