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힘들 때 찾아와 기댈 수 있는 큰 소나무 같은 사람
굿윌헌팅의 명대사인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을 되뇔 때가 있다. 삶이 힘들고 불안하기만 미래는 나의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괴테의 말처럼 불안하고 힘들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고 더 좋은 인생을 살기 위한 탈피의 과정이다. 내 주변에는 꿈이 아닌 현실만을 위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나도 원래 하우스매니저(공연장 관리자)가 되고 싶었으나 어쩌다 보니 점수 맞춰 적성에도 없는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하게 되었고 또 어쩌다 보니 IT 기획자라는 삶을 살면서 무엇을 하고 있나 방황할 때가 더러 있다.
최근에 인생이 힘들다는 친구를 만나 술을 한잔 먹었다. 그 친구는 힘들다고 말했다가도 자신을 쿨한 척 잘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쿨한 척 자기감정과도 거리를 두었다가 쓸쓸한 자신의 감정을 공감해 주길 바라는 것 같았다. 쿨함에 목숨 거는 젊은이들은 말 그대로 멋지고 자유롭고 세련되게 보이기 위해 애쓰지만, 알고 보면 한 치 앞도 모르는 시대에서 살아남고자 악다구니를 쓰는 것이고, 외로우면서 상처 입기 두려워 외로움을 참아 내고 있는 것이라는 어느 정신과 의사의 말이 생각났다. 삶이 힘들고 한없이 외롭지만 그런 자신의 약한 모습을 들키는 것이 싫어 더 강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짠한 감정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 하진 못했지만, 그 친구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내가 알고 있다고 너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고 네가 어찌할 수 없는 일들로 인해 인생에 잠시 힘든 순간이 찾아왔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며 더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기에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살아보니 내가 열심히 한 일에 대해 즉각적으로 보상을 받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열심히 살다 보니 다 때가 있어 보상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보상을 일찍 받은 이를 부러워할 필요도 정당하다고 생각한 보상을 받지 못한 것에 분노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물론 SNS를 통해 비교되는 나보다 잘나가는 이들을 보면서 조바심도 생기고 욕 나오게 힘든 날도 있다. 꾸역꾸역 참아오고 버텨오면서 살다가 터져버려 아무것도 하기 싫고 훌쩍 떠나버리고 싶다가도 시궁창 같은 현실에 부딪쳐 힘든 날을 겪고 있는 친구에게 언제나 힘들 때 찾아와 기댈 수 있는 큰 소나무 같은 사람이 되어 주고 싶다. 힘든 날 가끔 얼굴 보면서 같이 있으면 굳이 힘내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같이 있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세상에 나를 항상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기억나면서 힘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