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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먹는 기획자 Feb 07. 2024

제주로 떠나는 날

새해의 결심

오늘은 제주로 떠나는 날이다. 암울하고 버티기 힘든 회사생활에 지쳐 2주간 휴가를 쓰고 제주를 갔다 온 지 한 달쯤 되어 다시 제주로 간다. 휴가를 쓰고 간다 온 후 회사는 180도 달라져 있었다. 자기 자리 보존을 위해 그리고 부족한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 화만 내던 본부장은 강등되어 다른 본부로 갔다. 나도 파트이동하여 이제 더 이상 나에게 인격적으로 모욕을 주는 사람은 없어졌고,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볼 수 있게 믿어주고 맡겨주는 팀장님 옆에 있다. 첫 연애와는 더 이상 힘들다는 생각에 연락을 안 하고 있다. 그 친구의 속도와 나의 속도가 그 친구의 상황과 나의 불안이 서로 나쁜 쪽으로만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 같다. 돈은 너무 많이 나가는데 스킨십이나 나를 맞춰주기 위해 자신을 던질 줄 모르는 부분이 날 힘들게 한다. 


제주도에서 부동산 업자의 삶과 서울에서 팀 내의 윤활유 역할의 삶 중에서 고민 중이다. 아직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끝나지 않았다. 무엇이 나에게 더 좋은 선택일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고민 중이다. 로또에 당첨된다면 둘 중 어떤 삶을 선택할지 고민해보면 제주도의 삶에 가까운 거 같다. 


부자가 되는 가장 빠른 방법이 빠르게 부자가 되는 것을 버리는 것이라는 말을 명심하고 있다. 제주도에 가는 것이 빠르게 부자가 되는 방법인 거 같아 선택했다면 이 선택이 나에게 빠르게 부자가 되지 못하는 결과가 되지는 않을지 경계하는 중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기업에 부품으로 용의 꼬리를 해서는 더 이상 발전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한 시간 공항에 빨리 도착해서 오셜록에 앉아 세작티를 마시며,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있다. 활주로에 비행기를 보며 채광이 잘 들어와 좋은 부분도 있지만, 눈이 부시다. 그래도 광합성을 조금 해주면서 비타민D를 많이 만들자는 생각에 앉아 있다. 예전에 시그니엘에 갔을 때도 세작티를 마셨는데, 세작은 참새의 혀라는 말로 어린 찻잎을 의미한다고 한다.(방금 찾아보았다.) 그래서 그런지 잎이 부드러운 느낌이다. 생각해보면 먹을 것 중엔 어린것을 좋은 것으로 친다. 아마도 부드럽기 때문일 것이다. 티 없이 맑은 어린아이처럼 하고 싶은 것을 해보는 것이 좋다. 어린아이처럼 부드러운 생각으로 세상에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 안 되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잘 못하더라도 일단 한번 해보고 그런 시도를 칭찬받는 삶을 살고 싶다. 한컴에 있을 때 왜 열심히 했고 신한에 있을 때 왜 그렇게 의욕이 없었나 생각해보면 결국 난 인정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많은 돈을 많이 벌고 싶은 것도 늘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도 늘 성실한 것도 인정받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 잘한다 말해주는 것 중에 첫 연애의 상대가 했던 오빠도 못하는 것이 있구나 하는 말이나 내가 했던 말을 하면서 바뀌는 모습을 보았을 때 가장 동기부여가 잘 된 거 같다. 그런 걸 보면 난 그 친구를 통해 많은 것을 바꾼 것 같다. 립밤을 바르는 거, 냄새에 신경 쓰는 것, 말을 조심하는 거, 기다리는 것 그리고 용기 있게 도전하는 것 등 많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중 가장 큰 경험은 부모에게 대들고 사업을 시도해 보고 많은 돈을 써본 경험이 아닐까 한다. 


아마도 살면서 이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가 된 것 같은데 기존의 인연을 잘 놓지 못하는 미련한 사람인 거 같다. 첫사랑도 그렇고 첫 연애도 그렇고 내 인생을 살면서 두고두고 회자될 이야기인 거 같다. 첫사랑에게 도넛 준건 기억이 안 날만큼 첫 연애에서 모든 것 다 쏟아 던져보았던 이 기억도 참 신기하다. 부디 나에게 다 쏟아 던져볼 만한 일과 사랑을 또 만날 수 있길 기도해 볼 만큼 다시 그런 시도를 해볼 엄두도 나지 않지만, 늘 명심하려고 한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이 말처럼 나에게 중요한 말은 없을 것 같다. 누굴 만나든 그 사람이 나의 과거를 이해해 주길 바라면 안 되기에 우리는 늘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해야 한다.


요즘 드는 또 다른 생각을 내가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고 성공에 집착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그 친구의 말이다. 내가 잘못된 집착으로 주변을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겠다. 매일 이별하면서 사는 것이 서른의 삶이라는 데 윤석열 나이로 이제 32살이 된 나는 매일 새로운 경험과 도전에 기대에 가득 찬 한 해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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