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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하라 Mar 24. 2021

미나리 : 수많은 수상과 불편함 마음

한국적인 것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는 영화

사실 영화는 지난주에 봤는데, 리뷰를 남기지 않았다. 복합적인 감정이 들어서 손대기 어려웠다.


만약 이 영화를 개봉하는 날, 나 혼자 가서 봤다면 지금보다 좋은 평가를 내렸을 것 같다. 영화는 매우 잔잔하고 평화롭고 아름답다. 시골 할머니 댁에 다녀온 기분이 든다. 낯설지만 편하고, 지루한데 평화롭고, 떠날 때는 발이 떨어지지 않는 그 모든 느낌이 담겨있다. 시골과 할머니가 갖고 있는 정취가 담긴 영화라 한국인들에게는 매우 익숙하고 그립고 애틋할 것이다. 그래서 영화의 의미보다는 느낌에 만족하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도 오랜만에 느껴보는 옛날의 감성과 따뜻함이 반가웠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모든 영화가 다 교육적이고 감동적인 의미를 담아야 한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잔잔한 이런 영화도 필요하다고 본다. 딱 그 정도 수준에서 좋았다.



하지만 영화는 차치하고 내가 미나리를 올리기 찜찜했던 이유는 수많은 ‘평가’ 때문이다. 혼자 보면 나의 감정대로 영화를 느낄 수 있지만, 둘 이상이 함께 영화를 보면 평은 다수의 의견에 맞춰진다. 다 재미없다고 하는데 나 혼자 재밌다고 하면 취향 독특한 사람이 된다. 다 재밌다고 하는데 나 혼자 재미없다고 하면 유별난 사람이 된다. 그래서 나는 영화의 평을 최대한 접하지 않고서 보길 좋아한다.


그러나 미나리는 그러기엔 너무 많은 평가가 범벅된 영화였다. 특히나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로 세상 사람들의 입에 이미 쉼 없이 오르내렸다. 특히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남발하며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기뻐하는 모습이 제일 참담했다. 이 영화가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외국인들의 시선에서 가장 ‘한국적’으로 보이는 영화라고 본다. 그래서 불편하고 기분이 나쁘다. 오리엔탈리즘의 정석을 보여주는 이 영화가 큰 찬사를 받는 현실이 슬프다. (지극히 동양적이라 불리는 얼굴을 한 배우 한예리가 여주인공인 것도, 우리가 예상하는 바로 그 연기를 그대로 하는 배우 윤여정 씨의 연기가 찬사를 받는 것도 기분이 안 좋다.) 좋게 봐줘서 고맙다고 해야 할까? 칭찬은 대상을 평가를 하는 타인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좋은 칭찬과 인정을 받아도 칭찬하는 사람의 시선 아래에 있는 것이다. 미나리는 감독은 물론 제작사 프로듀서, 투자 등 모든 것이 철저히 ‘미국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그런데도 그마저도 감개무량, 감지덕지로 받아야 하는가. 우린 언제쯤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까고, 아카데미 시상식 네가 뭔데 그런 평가를 하냐고 무시할 수 있을까.



꼬맹이가 넘어지지 않고 잘 달릴 때 어른들은 곁에서 박수를 치며 “와 잘 달린다! 최곤데! 대단하다!”라고 말한다. 딱 그 기분이다. 심지어 엄청 빠르게 달리지도 않은걸 스스로도 아는데 그렇게 말하면 처음엔 웃다가 나중엔 기분이 나쁘지 않을까. 내 기분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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