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성장 일기
퇴근하면 제일 먼저 식물들을 살펴본다.
낮동안 햇빛과 바람이 적당했다면, 평소처럼 싱그럽고 건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뭔가 부족하거나 과했던 날은 어딘가 상태가 다르다. 그걸 재빠르게 파악해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그래서 매일매일 식물을 살펴본다.
그런데 오늘 같은 날은,
매우 감격스러워서 왈칵 눈물이 난다.
꽤 오래 새로운 잎이 자라지 않던 뱅갈 고무나무의 싹이
작게 벌어지며 성장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다른 나무들에 비해 잎도 많이 떨어지고 아팠던 나무라 볼 때마다 속상했는데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기특하다! 장하다!
극락조도 조심히 큰 잎 하나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나무 사이로 새로운 잎이 넓게 펼쳐질 준비를 하고 있다. 가장 놀라운 몬스테라는 새로 올라온 잎 두 개가 가장 높이 솟아있다. 어떻게 저렇게 큰 잎을 얇은 줄기가 감당하고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몬스테라는 돌돌 말려있다가 매일 조금씩 기지개를 켜듯 잎이 펴진다. 햇볕을 잘 줬더니만 이번에 두 줄기로 갈라진 잎이 나올 모양이다. 내 율마는 꽤 높이 솟아서 작은 나무 모양이 됐다. 매달아 둔 행잉 플랜트는 엄지손톱만 한 작은 잎을 아래로 아래로 하나씩 싹 틔우고 있다. 조용한 우리 집은, 온통 자라나는 소리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너희는 잘 자라고 있었구나.
성장을 위한 시간은 초조함과 불안함이 아니라,
한없는 기대와 기쁨으로 임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아우 나 눈물 나. 힝우우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