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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하라 May 26. 2021

내 나무

소리 없는 성장 일기

퇴근하면 제일 먼저 식물들을 살펴본다.

낮동안 햇빛과 바람이 적당했다면, 평소처럼 싱그럽고 건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뭔가 부족하거나 과했던 날은 어딘가 상태가 다르다. 그걸 재빠르게 파악해야   피해를 막을  있다. 그래서 매일매일 식물을 살펴본다.



그런데 오늘 같은 날은,

매우 감격스러워서 왈칵 눈물이 난다.

꽤 오래 새로운 잎이 자라지 않던 뱅갈 고무나무의 싹이

작게 벌어지며 성장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다른 나무들에 비해 잎도 많이 떨어지고 아팠던 나무라 볼 때마다 속상했는데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기특하다! 장하다!


극락조도 조심히 큰 잎 하나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나무 사이로 새로운 잎이 넓게 펼쳐질 준비를 하고 있다. 가장 놀라운 몬스테라는 새로 올라온 잎 두 개가 가장 높이 솟아있다. 어떻게 저렇게 큰 잎을 얇은 줄기가 감당하고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몬스테라는 돌돌 말려있다가 매일 조금씩 기지개를 켜듯 잎이 펴진다. 햇볕을 잘 줬더니만 이번에 두 줄기로 갈라진 잎이 나올 모양이다.  내 율마는 꽤 높이 솟아서 작은 나무 모양이 됐다. 매달아 둔 행잉 플랜트는 엄지손톱만 한 작은 잎을 아래로 아래로 하나씩 싹 틔우고 있다. 조용한 우리 집은, 온통 자라나는 소리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너희는 잘 자라고 있었구나.

성장을 위한 시간은 초조함과 불안함이 아니라,

한없는 기대와 기쁨으로 임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아우 나 눈물 나. 힝우우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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