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꺽마는 한국인의 눈물 버튼(광광)
이런 영화는 한국인이 좋아하지 않고 버티기 힘듭니다. 이걸 보고 맘에 안 들기 쉽지 않을 겁니다. 지난 월드컵 16강의 기적에 환호하며 열광한 기억이 있다면, 당신이 ‘중꺽마‘를 알고 사용한 적 있다면 백 프로입니다. 왜냐 여긴 코트의 순정을 지닌 학생들이 만들어 낸 피땀눈물의 실화 스토리니까… 나는 이 실화를 지켜본 이야기꾼들이 얼마나 드릉드릉했을까, 이걸 얼마나 만들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 만으로도 재밌었다.
해체 위기에 있던 부산중앙고 농구부는 더 이상 이렇다 할 학생도, 코치도, 미래도 없는 상태다. 이대로 해체를 할 수도 없어서 구색이나 맞추고자 학교에서 근무하던 공익근무 요원에게 코치 자리를 맡기는데, 그는 한 때 농구부 최우수 선수로 손꼽히던 유망주였다. 실패했던 농구의 꿈을 이루고자 학생들을 모으게 되고, 그렇게 신임코치와 6명의 학생은 전국 고교 대회에서 기적을 만들어낸다. 이게 그냥 스토리도 귀여운데, 실화라서 눈물 광광이다.
마지막에 아주 치트키 몰아 쓰는데 그게 너무 귀엽고 좋다. 뭐랄까. 수가 뻔히 보이는데 알면서도 넘어가고 싶은 행복한 기분. 뭘 준비했을지 아는데 모르는 척 속아주고, 왕창 좋아하면서 준비했을 이의 표정을 쓱 훑게 되는 나만의 비밀. 그러니 이건~ 재밌을 줄 알면서 보는 겁니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귀엽다는 생각이 가득했고 흐뭇한 함박웃음 계속 나왔다. 예전 강사 시절에 아이들과 꿈을 나눌 때면 눈을 반짝이며 벌써 꿈을 이룬 듯 잔뜩 신났던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 시절에만 볼 수 있는 생기와 패기. 덕분에 나도 그 시절의 내 꿈을 지금의 내 꿈을 한 번 돌아보게 됐다.
그런 시절을 모두들 겪어서 그런 걸까.
내가 낳은 아이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의 꿈이 꺾이지 않도록 지켜주고 싶은 것이 어른들의 맘인 것 같다. 자꾸 넘어지더라도 다시 해보자고. 자꾸 실수해도, 끝은 아니니 일어나 보자고 손을 뻗고 마는 어른들의 마음. 아마도 거기엔 어린 시절의 내가 투영되기 때문 아닐까. 나도 그랬으니 해보자고 혹은 나는 그랬지만 너는 날아보라고.
특히 귀여운 건 장항준 감독인데 어떻게 영화에서도 특유의 해맑음 그 자체가 묻어나는 걸까? 그 순수한 밝음이 풍겨져서 웃겼고, 뻔히 보이는 허술함마저 사랑스러워서 영화가 통으로 사랑스럽다. 진짜 능글맞은데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애랑 한바탕 놀다 온 느낌.
농구 경기도 아주 긴박하고 스릴 있게 잘 만든 덕분에 나중엔 골이 들어가면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손뼉 쳤다 ㅋㅋㅋㅋ 와! 하고 소리 지르는 분도 있었는데 그 모든 게 유쾌하고 웃겨서 더 재밌었다. 재미+위트+여유+뭉클+쫄깃+감동+뿌듯 이 모든 것이 다 담겼어요. 이건 한국인이라면~ 싫어하기 힘든 작품이라니까요? 찡긋.
오랜만에 마음 아~~ 주 흐뭇했고 극장 나오는 사람들이 다들 나랑 비슷한 표정을 하고 있어서 뭔지 모를 연대감과 유대감이 생겼다. 그 언젠가 빨간 티 입고 거리에서 밤을 새우던 시절, 화장실에서 만난 처음 보는 사람과도 신나게 인사하며 지나가던 그때처럼.
이런 경험은 늘 좋잖아요.
한 번 사는 인생 좋아하는 거, 신나는 거 다시 해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