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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연호 Sep 25. 2019

미국은 알고 있다

왜 한국은 미국에 무시당하는가

방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24일)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정상회담의 주요 내용은 북한 제재에 대한 원론적인 합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에 대해 '공평한 분담'을 강조,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매 3년 계획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예상과 달리 지소미아나 한-일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회담 직후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정은이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미-북 비핵화 협상에서 진전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김정은이 11월 한국을 방문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문 대통령과 국정원의 평화 분위기 띄우기가 공허하게 들린다. 이번 회담에선 "제재가 유지돼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 외에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3차 미-북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아마도 한반도 비핵화의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세계사적 대전환, 업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글쎄, 지켜보자"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니 문제없다는 뜻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의응답 시간을 독점하고 국내 문제에 대한 질문에도 대답하며 '외교 결례' 논란을 다시 한번 일으켰다. 이번 회담은 '문 대통령과 국정원의 행복회로 가동' 그리고 '시큰둥한 트럼프' 정도로 요약해볼 수 있겠다




트럼프 대통령이 왜 이런 행동을 반복하는지에 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근본적 원인은 '변함없이 호전적인 북한'과 '가짜 평화에 목매는 한국'에게 질릴 대로 질려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지난 두 차례의 회담에서 미국은 '선 비핵화 후 제재 해제 및 보상'이라는 간결한 원칙을 지켰다. 하지만 북한은 끊임없이 미국을 속이고 기만하려 들었다. 동맹인 한국은 미국과 함께 원칙대로 대북문제를 해결해야 했으나 불량국가인 북한의 편에 서서 그들의 대변인 역할을 도맡았다. 한두 번도 아닌 세 번째 회담을 앞두고도 '북한과 협상을 통해 비핵화를 이루자'는 하나마나한 말만 들리니 미국도 에너지를 쏟지 않고 가볍게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고 자리를 떠 버리는 것이다




북한은 최근 10여 차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함경남도 신포 조선소 일대에서는 SLBM 탑재가 가능한 신형 잠수함 진수가 임박한 징후가 포착됐다. 최근 논란이 된 함박도에는 북한이 레이더와 막사를 설치하고 인공기를 게양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다"며 감쌌고 국방부는 "함박도는 북한 땅이다"며 둘러댔다. 미사일을 퍼부어 대고 잠수함을 찍어 내도 위반이 아닌 군사합의는 도대체 왜 한 것인지 알 수 없다. 함박도가 북한 땅인지 남한 땅인지가 문제가 아니라 인천공항을 타격할 수 있는 위치에 북한이 군사기지를 만들어 놓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요점 아닌가? 게다가 이 겁먹은 개 같은 나라는 2015년 북한 목함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중사에게 전상이 아닌 공상 판정을 내렸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으로 국가를 지키며 군인들이 자국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미국 같은 나라가 봤을 때 한국이 정상적인 나라로 보일 리 없다




오늘 오전, 유엔총회에서 문 대통령은 "평화는 대화를 통해서만 만들 수 있다. 합의와 법으로 뒷받침되는 평화가 진짜 평화이며 신뢰를 바탕으로 이룬 평화라야 항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문장은 '평화' , '대화' , '합의' , '신뢰' 같은 듣기 좋은 단어들을 나열한 소리에 불과하다. 대화를 통해서만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면 미국은 왜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군대를 운영하는가? 말 잘하는 사람 많이 뽑아서 세계 각지에 흩뜨려 놓으면 될 것 아닌가. 북한은 왜 우리와 지금까지 수십 년 간 정상회담을 통해 대화를 나눴는데 아직도 미사일을 퍼붓는가? 저열한 깡패 같은 자들과의 합의는 우리가 숙이고 들어가 조공을 바치는 잠깐 동안만 유효하다. 번번이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해적 같은 것들과 신뢰 관계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오직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만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진리를 미국은 알고 있다. 천문학적 비용을 지불해 군사력을 유지하고 미군들은 명예롭게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며 국민들이 자국 군인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는 것이 그 증거다. 그리고 한국은 가짜 평화에 속아 자유민주주의를 힘으로써 지킬 의사가 없다는 것 또한 그들은 알고 있다. '대화로 평화를 만들어 보겠다'라고 직접 문 대통령이 알려주기까지 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북한의 비핵화가 대화로 해결될 리 없음을 알면서도 적당히 립 서비스만 하고 넘어가는 미국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다. 3차 미-북 회담에서 북한이 요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새로운 계산법'에 대해 논의하지 않은 것도, 한-미-일 안보 협력 균열에 대해서 한 마디 하지 않은 것도 자연스럽다. 미국에게 한국은 버리는 카드, 재선에 도움이 되게 평화 분위기를 살짝 돋구어 줄 양념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과 UN총회 연설은 세계를 향해 우리의 허황된 생각을 공표한 자리였다. 비무장지대를 국제 평화지대로 만들자는 말에, 김정은이 방한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김정은은 웃었을 것이다. 여자는 만나 줄 생각도 없는데 예식장부터 알아보는 남자를 보는 느낌이었겠다. 미국에게서 무기를 많이 사 오면 우리 뜻대로 움직여 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럴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아마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그들은 여전히 엄청난 증액을 요구할 것이다. 한국이 자유주의 국가들과 손을 잡고 힘으로써 북-중-러로부터 자국과 동맹국을 지키겠다는 '정답'을 말하지 않는 이상, 무슨 일을 해도 미국은 한국을 무시하고 얕잡아 볼 것이다. 미국은 오토 웜비어를 잊지 않았고 다시는 북한에게 속아 줄 마음도 없다. 그들은 평화를 지키는 방법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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