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에 새우등 터지는 선생.
수업 시작 1시간 전쯤. 카톡이 울린다.
선생님, 저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요.
오늘 수업 못 할 것 같아요. ㅜㅜ
이런 핑계가 몇 번인지. 거짓말인 것은 뻔히 알고 있다. 그러나 수업 안 하겠다는 아이를 억지로 시킬 순 없으니 그냥 넘어가 주는 것.
더러 몇 번은 수업을 갔지만 아이가 집에 아예 없었다. 약속을 하고선 어딜 출타 중이신 건지. 문 열어주던 엄마는 이게 뭔 일인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전혀 나아지질 않고 있다.
오늘은.
정말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 글 한 줄은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시에 있는 다른 학생의 수업 후 이 상습 수업 펑크녀의 수업이 12시 10분에 있었다. 10시 50분. 오늘도 어김없이 수업 펑크 알림이 왔다. 이젠 화도 나지 않았다. 학생에게는 이렇게 수업 취소가 빈번해서는 안 된다는 답장을 보내고 학생 어머님께도 상황을 알리는 카톡을 했다. 근데 둘 다 답이 없다. 하~~~~
10시에 시작하는 수업을 12시에 마무리한 후 20분 정도 더 답장을 기다렸다. 그리고 학생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근데 안 받으심. 난 그냥 포기를 하고 잠시라도 쉬기 위해 터덜터덜 무거운 발길을 돌렸다. 솔직히 짜증이 났다. 길에서 버려야 하는 내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날 무시하나 싶어 어이가 없었다.
버스를 타고 2 정거장쯤 갔을 때 울리는 전화.
학생 어머님의 전화였다.
어디세요? 우리 애가 연락해서 안 한다고 했나요? 쟤 거짓말하는 건데 선생님이 그냥 밀고 들어와서 수업하셔야지. 하~ 정말 미치겠네.
이 상황이 내 잘못이라는 저 말투.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는 아이 방문을 열고 싸우는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렸다. 네가 어딜 아프냐, 아프다, 너 이렇게 할 거야, 뭘, 한 달 내내 이러잖아,...
그리곤 이 어머님 내게 하는 말
일단 알았고요. 오늘은 그냥 가세요. 앞으로는 이러지 마시고요.
내가 뭐? 뭘 이러지 마? 펑크는 따님이 내시는데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거지? 헛걸음시키고 수업 취소 빈번해서 화내야 할 사람은 나인데 왜 내가 혼나는 기분인 걸까. 이게 신종 갑질인가 싶었다. 우아하고 고상하지만 아주 효과적으로 빡침을 느끼게 해주는 저 단어 선택. 정말 탁월하십니다.
학원도 아닌 개인 수업에서 아프다고 널브러진 아이와 무슨 수업을 할 수 있다고 일단 집으로 와서 수업을 밀고 나가라니. 난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실행할 수 없는 영역이다. 본인도 어찌 못하시는 따님을 내가 어찌 휘두를 수 있을까?
일단 지금은 화남 ing.
앞으로 수업을 어찌 지속해야 할지 고민도 ing.
내 호구 짓도 여전히 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