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캐나다로 워홀 추천하냐고요?
구체적으로 계획한 건 아니었지만 워킹홀리데이에서 얻고 싶은 나름의 목적이 있었다면 아마 '나만의 경험'을 얻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어느 정도 그 목적에 부합했던 일 년이었다. 그러나 주어진 환경을 바꾸는 것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을 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또다시 느낀 건 본질적인 건 변하지 않는다는 것. 한국에서와 똑같이 인간관계와 주어진일에 최선을 다 하면서 오는 경험이 그것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해외에 나왔다고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 아닌 한국과 똑같이 책임감 있는 인간관계를 유지했고 일 또한 마찬가지 었다. 나만의 단골고객을 만들겠다고 한 다짐도 어떻게 보면 기본적인 일에 충실을 다 하고 나서야 빛을 발한 것 같다. 환경이 다르다고 '일을 잘함'에 대한 가치도 달라질 것 같지만 결국엔 똑같았다. 거기에 한국인 고용주니 왜 한국과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워킹홀리데이의 낭만은 역시나 호주에 있는 것 같다. 날씨도 좋고 잡 종류도 많고 즐길거리도 많고. 밴쿠버로 워홀을 온 제일 큰 이유는 어느 정도 도시이면서 자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고 남미와 가까워서인데 왜인지 모른 이 밴쿠버의 우울함과 살기 힘듦도 어느 정도 포함이 된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아직도 생각이 난다. 캐나다스러움(?)에 대한 로망이 없던 나는 오히려 미국식 중국음식, 다양한 동양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게 제일 좋았다. 캐나다에 도착하자마자 H마트에서 밥과 김치를 사 먹고 중국집에서 레몬치킨을 사 먹고 T&T에서 신기한 맛의 레이스칩을 사 먹는 게 나의 즐거움이었는데 친구가 인스타를 보더니 왜 캐나다스러운 것 좀 먹으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오히려 너무 서구스러움(?)보다는 아시안계의 다양한 문화와 음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게 이민국의 매력이 아닐까. (아 물론 호주에서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제일 사랑하는 음식점 탑 3. 일하는 곳 바로 앞에서의 줄 서서 먹는 케밥집, 미스터그릭의 치킨플레이트, 프놈펜의 버터비프. 한국에서는 먹으려면 멀리 나가야 하지만 여기서는 쉽게 쉽게 먹을 수 있다. 이러니 푸틴이 눈에 들어오겠냐고.
2024년의 계획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계속 이런 플랫폼을 통해 나의 생활 기록하기. 그리고 영주권을 위한 영어공부. 그리고 아프지 말기. 예전에 부모님께서 조언해 준 게 생각난다. 캐나다에 도착해서는 당분간 책을 읽지 말라고. 수많은 경험들이 뇌 속으로 들어올 건데 책까지 뇌에 들어오면 뇌가 피곤해할 거라고. 책을 읽지 않기 위한 좋은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 맞는 말이었다. 일 구하고 영어를 쓰고 새로운 환경에 계속 놓이는 것 자체로도 피곤한 일이 많았고 아직도 적응해야 할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목표도 거창할 것 없이 점점 더 단순해진 것 같다. 그러나 이제 슬슬 책은 한두 권씩 읽어도 될 것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