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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정 Jul 01. 2022

온전한 깨어있음


내가 애초부터 책상 앞에 앉은 반쪽짜리 나를 편애했던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어린 시절 나는 매일 땀나게 뛰어놀았다. 뛰다가 넘어져 다치기 일쑤였다. 그걸 큰 자랑으로 여겼다. 놀이터의 모래, 돌 위에 빻은 풀과 꽃잎들, 꼬물꼬물 지렁이, 촉촉한 달팽이, 퐁퐁 솟아오르는 옹달샘, 롤러스케이트 타고 언덕길, 아슬아슬 코너를 돌아 자전거 시합, 쭈쭈바를 먹으며 밤하늘. 나는 오래오래 바라보았고, 천천히 맛보았다. 감각은 기억으로 새겨졌다. 


풍경이 걷히고, 책상 밖 시간은 ‘낭비’가 되었다. 분주했다. 감각이 ‘통증’이 될 때야 멈추었다. 그제야 몸을 살폈다. 어떤 때는 생각보다 강했고, 또 어떤 때는 생각보다 약했다. 이전 판단에 근거하여 몸을 쓰는 날이 많았다. 씀과 쓰임은 자주 어긋났다. '센 통증’과 ‘아픔’을 맛보고서야  깨어있게 되었다. 인생 참 얄궂다, 정말. 솔직히 아직도 온전히 깨어있지는 않다. 좀 낫다 싶으면 어긋나고, 힘들다 싶으면 깨어난다. 하지만 이제 분명히 안다. 내가 얼마나 감각적인 존재인지. 얼마나 생생하게 느끼고, 얼마나 느끼는 일을 즐기는지. 또 분명한 것 하나 더! 지금은, 얘야, 책상과 멀어져야 할 때다. 땀 흘리고 움직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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