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mined taste
나의 취향은 시험대 위에 올랐다. 취향이 네가 가진 전부 아니야? 취향이 이끄는 대로만 살고 있는 거 아니냐고? 끝이 날카로운 질문들 앞에서 나는 발가벗겨진다. 두 눈을 질끈 감아보지만 시험대 위로 쏟아지는 빛을 피할 수는 없다. (맞아요, 나는 감각적인 사람이에요. 그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 아니던가요?) 스스로에게도 답이 되지 못하는 변명, 변명이다. 나는 ‘취향'이 ‘가치'와 함께 가지 못하는 상황을 마주하고야 말았다. 소중하게 생각했던 가치들을 내팽개칠 만큼 나의 스타일과 양식은 중요한가? 하지만 나의 맹목적인 허용으로 취향의 몸집은 이미 너무나 크게 불어있고, 내가 삶의 기치로 삼았던 가치들은 그 아래서 뭉개져버렸다. 그럼,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크고 무서운 ‘나'가 기다리다 지쳐 그만 ‘나’를 포기할 때까지 다시 눈을 감을 것인가? (사실은... 그렇게 하고 싶다.) 피하려고 한다고 피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도 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하지만 안다. 그래서는 안 되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