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타임
주말 아침, 우리 네 사람은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하나 같이 각자의 아침식사가 담긴 나무쟁반을 살짝 옆으로 비켜둔 채였다. 확보된 공간에는 똑같이 생긴 만화책들이 놓여 있었는데 시작은 아이들이었다. 식탁에 먼저 도착한 아이들이 마주 앉아 만화책을 펼치고 데칼코마니처럼 자세를 잡았다. 이어 도착한 남편이 아이들을 따라 했다. 마지막에 도착한 나도 “에잇, 그럼 할 수 없지!”하며 따라 했다. 오독오독 오이스틱을 씹는 소리, 오물오물 빵을 씹는 소리 위로 회색빛의 가볍고 까슬한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까지 봤어?” 태율이가 나에게 물었다.
“7권 읽고 있어.” 내가 대답했다.
“아, 거기~ 재밌지? 빨리 봐. 8권은 더 재밌어.” 태율이가 책꽂이로 가서 8권을 뽑아다가 내 자리에 내려놓았다.
“고마워.” 내가 웃으며 답했다.
식사가 끝나고 나는 커피를 내리기 위해 주방으로 갔다. 손에는 만화책 8권이 들려있다. 커피 포트에서 물이 끓는 동안, 끓인 물이 분쇄된 원두와 필터를 통과하는 동안 나는 왼손을 받침대 삼아 엄지와 검지에 만화책을 걸었다. 오른손으로 책장을 빠르게 넘기며 만화책을 읽었다. 언제 왔는지 라윤이가 고개를 쏙 내밀고 키득키득 웃었다. 재밌지?, 재밌지?, 재밌구나!, 하며 자꾸 웃었다.
“나 딱 오 분만 더 읽을 거야.” 억지로 읽고 있기라도 하듯 내가 말했다.
“아니야! 더 읽어, 더!” 아이들이 손사래를 치며 외쳤다. 주말 내내 그랬다. 이게 다 만화책을 18권이나 주문한 남편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