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에 적용해도 이상하지 않은 그날의 배움
배드민턴을 시작한 이래 한국에서 첫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결과는 지역 C조 준우승.
(배드민턴은 전국/지역 A~D까지 급수가 구분되어 있으며 우승 시 윗 단계로 승급)
운이 조금 더 따랐다면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었지만,
객관적으로 스스로의 플레이를 복기했을 때 제게 어울리는 결과라고 판단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느꼈던 여러 감정들을 짧게나마 글로 정리해보려 합니다.
첫째, 반복 연습을 통한 체화화 필요.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인파에서 오는 위압감과 단판승부에서 오는 긴장감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초반에는 손이 떨리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으며, 실수가 많고 평소만큼 실력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위기의 상황일수록 많이 연습했던 스트록은 빠르게 제자리를 찾았으며,
해당 플레이를 바탕으로 긴장 풀 시간을 벌고 게임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긴장을 빠르게 푸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일 수 있지만,
꾸준한 연습을 통해 숙련도를 높이고 체화화된 스트록은
어느 상황에서도 변수가 적은 나만의 강점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계산이 서는 or 어느 상황에서도 기대할 수 있는 플레이)
둘째,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멘탈관리.
25점의 단판 경기는 보통 10~15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 안에서 생각보다 많은 변수와 더불어 흐름의 변화들이 발생합니다.
(역전 게임이 굉장히 빈번하게 발생하는 스포츠 중 하나)
실제로 몇몇 팀은 게임 외적으로 우리 팀의 흐름을 뺏기 위해
땀을 닦거나 물을 마시겠다는 이유로 경기를 여러 번 중단했으며,
점수차가 8점 이상으로 크게 차이 나면서 긴장이 풀린 사이에 역전이 발생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설상가상, 내 실수로 인해 실점할 경우 자신감 하락과 함께 다음 샷에 대한 스트레스 또한 상당합니다.
그렇기에 배드민턴을 잘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심폐지구력이나 근력을 키우는 것을 넘어
끊임없는 자기 암시(끈기와 자신감)와 본래 페이스 유지를 위한 멘탈 관리가 중요합니다.
(=높은 회복탄력성)
마지막, 유연한 대처.
배드민턴은 보기와 달리 상당히 복잡하며 섬세한 스포츠입니다.
콕의 가격대(깃털의 종류 및 퀄리티), 라켓의 텐션, 경기장의 크기(공기저항에 영향), 그날의 내 컨디션에 따라 같은 스트록을 쳐도 날아가는 속도나 세기가 다릅니다.
또한 상대방의 플레이 성향 및 내 스트록 컨디션에 따라 추구해야 하는 방법도 달라집니다.
실제 경기장의 크기 차이로 인해 셔틀콕의 속도에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고,
예선에서 만났던 팀과 결승에서 다시 맞붙었을 때, 내 스트록의 정타가 점점 줄었음에도 같은 플레이를 고수하여 상대방이 쉽게 대응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후반에 접어들며 플레이스타일에 변화를 주어 대처했으나 너무 늦었고, 고작 3점 차이의 패배였기에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직된 사고는 제 플레이를 단순하게 만들어 상대방으로 하여금 쉬운 플레이를 가능하게 합니다.
관성적으로 플레이하는 대신 항상 생각하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를 인지했을 때 빠른 변화를 통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현명함이 필요합니다.
(=관성적 사고 지양 & 높은 메타인지)
첫 대회에서 비록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그 안에서 얻은 배움은 크기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단순히 배드민턴의 스트록을 잘하려 하는 것을 넘어
게임의 흐름을 읽고 상대를 공략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s 배드민턴을 주제로 글을 쓰기는 했지만 작성하다 보니 제 커리어에 적용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 듯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