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05.
혼자 있는 시기가 길어질수록 얄팍한 관계들은 하나둘씩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었다. 그렇다 보니 지금 상황에서 관계 맺음에 특별한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도 아니다. 생각과 결정을 오롯이 혼자 하는 만큼, 사람들과 교류를 나누는 일 자체가 극도로 드물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보통 사람들이라면 개의치 않아도 되었을 일상적인 관계 맺음이 나에게는 굉장히 특별한 하나의 사건처럼 느껴진다. 예상에도 없었던 저녁 식사 약속이 생긴다거나 사적인 모임에 참석을 하는 식의 일들이 거진 그렇다. 심지어 굳이 겪지 않아도 되었을 법한 일들에 에너지를 소모해 버린 느낌을 받을 때 즈음이면, 그때서야 나의 상태를 어렴풋이 짐작하고 말아 버렸을 뿐이다. 아, 어쩌면 나는 보통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조금은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며 계속해서 아무렇지 않은 척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정말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걸까. 이처럼 때로는 나조차도 나의 기분을 제대로 헤아리기가 참 어렵다. 그리고 타인과 관계를 맺는 일 또한 사실은 내게 있어서 큰 차이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