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인생에 기억될만한 소중한 시간, 오늘
인사이동이 있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이동과 만남이었다.
어차피 적응해야 할 일, 벌어질 일이긴 하다.
적응해야 한다.
그 와중에 새로운 만남이 더 빨리 다가왔다.
나와 연고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좀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단순한 식사 자리일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파장이 컸다.
마음속 울림이 컸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인지 더 아쉽다.
오늘이 그 사람과의 첫 만남이자 마지막 만남(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이었기 때문이다.
조직 생활 하면서 만나기 정말 힘든 유형의 사람이었다.
조직의 미래를 맡겨도 괜찮을 정도의 철학과 실천력을 가진 사람.
말하기를 즐기는 듯하지만 또 외향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
인문학과 이공계적 지식의 중요성을 둘 다 알고 있는 사람.
사람의 마음을 읽으려 노력하고 또 잘 읽는 사람.
목표지향적이기 보다, 과정중심적인 사람.
즐겁게 사는 방법을 아는 듯한 사람.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
특이하기도 하지만, 10년 가까이 사회 생활 하면서 이런 식의 질문을 하고 대화를 끌어가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 가슴에 와닿는 대화였다.
그가 사준 밥도 맛있었다.
비록 옷에 고기 냄새가 가득 배어 사랑하는 아내에게 뽀뽀를 할 때 거부반응을 일으키게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개인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사람과의 모임을 최소화하고 있는 근래에서,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그는 내게 예상 밖의 질문을 던졌다. 한 번도, 두 번도 아닌 세 번씩이나.
그러나 나는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평소에 자주 생각해오던 문제였기 때문이다.
거침없이 답변하는 나를 보며 약간은 당황한 듯한 모습이었지만(내게 해준 말로 추측해볼 때, 그도 나를 보며 예사로운 직원은 아니라 생각했을 듯 하다) 이내 본인의 페이스로 돌아가 대화를 주도했다.
생각보다 길어지기도 했지만,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옛 감성의 대화(나와 나이차이가 꽤 나기 때문)였지만 그래도 즐길 수 있었다. 꽉 막힌 사람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배려하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은 그도 뭔가 업 되어 즐기는 느낌이었고, 본인도 그걸 인정하는 느낌은 들었다.
어쨌든, 좋은 시간이었다. 그에게도 좋은 시간이었길 바란다.
자세한 내용은 그가 이 글을 읽게 될 0.1%의 가능성을 생각해서 적지 않으려 한다.
가슴속에만 담아두기에 아까운 경험이라 브런치에 옮겨적어본다.
아마, 은행생활에 있어 하나의 터닝포인트(까진 아니어도 꽤 큰 지점)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인생은,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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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Photo by Nadir sYzYgY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