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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준호 Jun 17. 2018

8화. 거시기가 뭐당가?

(쉬어가는 이야기) 사투리 고칠 수 있을까?

언어학에서 보면 사투리와 방언은 구분을 하고 있다. '방언'은 그 자체로 독립된 체계를 갖춘 언어의 변종으로 볼 수 있고, '표준어'와는 달리 그 지방에서만 사용하는 말을 '사투리'라고 부른다.  그래서 '사투리'를 토어(土語), 토음(土音), 토화(土話) 등으로도 부른다.


요즘과 같이 남북 간 평화라는 말이 실감 나는 시기에는 북한말과 남한말로 언어의 차이를 설명하지만, 엄밀히 이야기하면 북한 표준어인 평양말 중심의 문화어(文化語)와 서울말 중심의 대한민국 표준어 사이에도 언젠가는 새로운 표준어를 제시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독자적인 방언을 사용하는 제주의 언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소통에 어려움이 없어 지역색의 고유색을 띄는 사투리를 구태여 고쳐야 한다는 생각은 없지만, 직업에 따라 사투리를 고치고 싶어 부탁을 받는 경우들이 있어 가볍게 짚고 넘어가려 한다.



사투리 고칠 수 있을까요?

좋은 스피치, 꼭 표준어가 필요할까요?


전주에서 태어나 3살부터 중학교 입학 직전까지 경기도에서 살던 내가 사투리라는 것을 처음 접해보았던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물론 전라북도 출신의 부모님 말투에서 약간의 전라도 뉘앙스를 느끼긴 했었지만, 전라도 출신들이 그리 대접받지 못하던 시기라 그런지 말투에서 지역색이 많이 없으셨던 터라 초등학교 6학년 말 전주에서 처음 겪은 사투리는 문화적 충격이 컸다. "너 거그자(그 애) 아냐?" 전학 간 첫날 서울말을 쓴다며 신기해하는 아이들에 둘러싸여 이런저런 질문을 하던 아이들의 말투가 왠지 불량스럽게까지 느껴져 주눅이 잔뜩 들었던 기억이 난다. "야 여그자 좀 봐라 '했니'란다. 와하하"  '그랬니' '저랬니'는 그 아이들이 보기에는 여자아이 말투였던 것 같다. 지금이야 다시 편하게 '그랬니' '저랬니'를 쓰지만, 전주를 떠나서도 한동안은 서울말과 전라도 사투리의 어중간한 평균을 유지하려 했던 것 같다.



"김상병 니 경례를 제대로 몬하지?" 군에서 근무할 때였다. 서울에서 근무했던 나는 인근 부대를 갈 일이 많았는데, 한 번은 경기도 인근 부대에 들렀다 웃지 못할 일을 목격하게 되었다. 상병 계급장을 단 조금 삐쩍 마르고 순하게 생긴 병사가 인사계로 보이는 사람에게 경례 문제로 혼나고 있었던 것이다. "니 다시 경례해봐!" 모두가 소리 내 웃지는 못한 채 숨죽여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가운데는 중대장으로 보이는 사람도 같이 웃음을 참으며 자리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필썽~" 상병이 겁에 질려 경례를 하자 인사계는 다시 혼을 냈다. "야 인마~ 경례하나 똑바로 몬 하나? 필~성이야 필~썽이야?" 같은 경상도계 인사계가 질문을 하는데, 나는 그 상황이 당혹스러워 웃지도 못하고 멍하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듣기에는 둘 다 그 부대의 경례 구호인 '필승'이 아닌 '필썽'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번의 지적질이 끝날 무렵 상병은 다시 큰 소리로 경례를 했다 "필서 엉~"  "그래그래~ 되잖아~"  (자료화면 : MBC 진짜 사나이 중)


아나운서로 입사한 사람들 대부분이 서울 사람이거나 수도권일 것이라고 생각들을 하지만, 사실 아나운서 중 서울 태생들이 생각처럼 많지는 않다. 특히 MBC의 경우 2000년 이후 입사자들 중 많은 수가 청주, 전주, 부산, 대구, 울산, 광주 등 지역 출신들이다. 그나마 충청도권이나 전라북도는 악센트가 강하지 않아 표준어 구사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부산, 대구, 울산과 같이 경상도권에서 성장한 사람들을 볼 때면 그들이 얼마나 일찍 아나운서의 꿈을 가지고 노력을 했나 하는 생각에 대견함을 느끼곤 했다. 그런데, 과연 사투리는 고쳐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고칠 수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여러 강연이나 수업들을 준비하며 나름의 결론을 내린 것이 있다. '사투리는 절대 고쳐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건 국어와 같이 자신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문을 바꿔 사투리가 심한 사람들이 표준어를 구사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을 한다면, 그건 가능하다. 


영화배우 중 배역을 위해 사투리를 익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표준어를 사투리로 고치지는 않는다. 같은 이치다. 부모님과 통화를 하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생각을 할 때 쓰는 언어를 버려가며 표준어를 써야 한다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다만 필요에 의해 써야 한다면 사투리를 표준어로 고친다고 생각하지 말고 표준어를 새로 배운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언어는 흉내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표준어를 흉내 내는 방법이 가장 좋은 훈련의 방법이다. 그와 함께 볼펜이나 나무젓가락 또는 시중에서 입에 물고 연습하는 스틱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이 방법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혀 짧은 소리를 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려서 발음 습관을 잘 못 들인 탓이 큰데, 이런 스틱이나 기구를 이용하면 발음을 초기화시켜주는 효과가 있어 새로운 발음을 익히는데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하다. 다만, 고착된 습관을 고치는 것보다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것이 훨씬 빠르고 효과적 인다. 



사투리는 고쳐야 할 대상이 아니다.

만일 표준어를 구사하고 싶다면 표준어를 새로 배운다는 생각으로 접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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