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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lized Mar 16. 2020

어떤 날도, 어떤 말도

아무  없이 밤에 너와 걸을  맞잡은  손만으로 쌀쌀히 부는 바람은 그리 춥지 않았다. 시야가 어지럽지 않았고, 들리는  바람소리와  목소리뿐이었다. 왜일까 싶어   걸음을 물러나자 너는  눈빛으로 나를 대하며  걸음을 맞춰주곤 잡은 손을  쥐었다.


우리는 말없이 대화를 했고, 눈빛 없이도 시야를 나눴다.


머리에 스치듯 이게 사랑일까 사랑이란 무엇일까 물음이 들어섰다. 항상 누군가 나에게 '사랑'이 무엇이냐 묻거늘, 늘 나는 내가 느끼는 사랑을 전달하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사랑에 대한 알맞은 대답을 찾지 못했다. 마음 어딘가에 뒹굴며 달랑거리는 대답은 입 안에 정처 없이 떠돌 뿐. 그 많았던 사랑의 정의는 어디로 가버린 걸까.


사랑을 할수록 사랑의 형체는 사라져 갔다. 그저 지금 잡고 있는 두 손이 주는 우리의 교감은 오늘 밤도 나를 차분하게 만들었고, 너의 눈빛은 늘 나로 하여금 사랑받는 사람이란 걸 상기시켜줬으며, 대화 없이 함께하는 이 시간이 나에겐 사랑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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