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manz eon Jun 27. 2021

비둘기 너는 죽었다 (3)

"아저씨, 저기 잠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오 뭔데? 뭐 불편한 거라도 있나?"


"아니... 잠깐 제방 같이 가주실 수 있나요."


나는 아저씨께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폐인처럼 사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했기 때문이다.


일단 방에 들어오면 악취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코는 금방 적응하잖아' 이러면서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문제는 잠이었다. 불규칙한 간격으로 꾸르륵 거리는 이놈들 정말...


나는 사실 문을 열자마자 이게 무슨 악취냐고 코를 막는 아저씨를 기대했는데... 아저씨 아무렇지 않은 듯 들어 가시더니


"왜 무슨 일이야?"


"아저씨, 저기에 비둘기가 들어와서 살아요, 냄새 안 나세요?"


"아니 비둘기가? 비둘기가 저길 어떻게 들어왔어?"


하시면서 내창 문을 여시는데... 사람의 접근에 예민해진 비둘기가 내창에 있는 모기장을 부리로 찌르며 구멍을 냈다.


'아... 좀 있으면 여름인데 망헀다...'


아저씨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모기장까지 열어젖히고 비둘기를 맨손으로 들으셨다. 비둘기 녀석은 도망을 가지 않고 그대로 아저씨 손에 들어 올려졌다.


"아니 이걸 어떻게, 아니 학생 어떻게 해줘."


"제가 이 녀석들 꾸르륵 거리는 소리 때문에 잠도 못 자겠고 안에 오물 때문에 냄새도 너무 심해서 못 살겠어요."


"그럼 지금 비닐봉지 좀 가져와봐요. 넣어서 밖에다가 버리든지 하게... 아니 근데 이 놈들도 생명인데 그러기는 좀 그렇지 않나, 학생?"


"아 그건 그런데... 제가..."


나는 순간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우물쭈물 서있었다.


"그럼 학생, 학생 나가 있는 동안 내가 밖으로 내쫓던지 해줄게, 씻고 나가봐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갔다 오면 모든 것이 끝나 있겠구나, 잠깐의 악몽이었다. 이제 끝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나는 다시 씻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작가의 이전글 비둘기, 너는 죽었다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