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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다부부 Damdabubu Dec 11. 2022

엄마보다 아빠를 더 좋아하는 아이로 키울 거야!

남편의 다짐 그리고 좌절


“엄마보다 아빠를 더 좋아하는 아이로 키울 거야!”

“못된 역할은 자기가 다해줘! 난 착한 아빠만 할 거야!”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짝꿍이 내게 줄곧 해오던 말들이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그의 소망이자 의지의 발언들이라 생각했다. 친구-연인-부부로 9년여의 시간을 지내오는 지금까지 시간 동안 짝꿍이라는 사람은 여자인 나보다 더 섬세한 감정과 생각을 가진 남자이자 사람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의 말과 행동들을 유심히 살피며 건강상태나 심리상태를 분석하고 그들이 편안한 방향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늘 신경 쓰고 배려한다. 나보다 기념일을 세심하게 챙겼고, 우리의 추억들과 대화들을 더 많이 기억했다. 그래서 그의 ‘좋은 아빠’에 대한 결의는 1도 의심치 않았다.




아이가 태어나던 날, 가족과 지인들에게 아이가 태어났고 산모도 건강하다는 전화를 돌리는 그의 입에서 아빠로서 느낀 첫 무기력함을 토로하였다.


“아기랑 산모 모두 건강해요. 현진이가 진짜 고생 많이 했어요. 진통이 와서 아파하는데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진짜 전 아무 쓸모가 없었어요”


절대 아무 쓸모가 없지 않았다. 진통하는 나를 지속적으로 살피며 의사 선생님과 간호 선생님께 나의 상태를 수시로 보고하고 체크했으며, 사소한 나의 요구사항들을 들어주고 챙겨주느라 그는 매우 바빴다. 무엇보다도 산통으로 아파하는 나의 옆을 지키며 본인이 더 아파했고, 화장실 한번 가지 않았다. 그가 있었기에 난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그 무서운 고통의 순간들을 견딜 수 있었다.


6시간의 산통을 겪었고, 자연분만을 고집했지만 몸 상태가 받쳐주지 않아 긴급 제왕을 들어가야 했다. 6시간의 진통시간, 그리고 긴급 제왕 수술실을 들어가는 그 모든 순간들이 힘들고 무서웠다. 혼자였다면 어땠을까 상상하면 … 너무나도 힘들고 외로운 순간으로 평생 기억할 될 것 같다.


나에게 어마어마하게 크고 든든했던 존재였는데, 그는 ‘아무 쓸모없는 존재’였다고 표현했다. 여자의 몸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출산이라는 상황 앞에서 그가 느낀 아빠로서의 첫 무기력함이었다.




700일 동안의 육아기간을 지내오고서 그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전 우리 아기가 태어나기 전엔 아내보다 절 더 좋아하게 만들 자신이 있었거든요. 근데 막상 육아해보니까 엄마를 따라갈 순 없겠더라고요.”


그는 여전히 육아에 열정이고, 아이의 일이라면 어떤 일보다 우선순위에 둔다. 난 안다. 나이가 들수록 아이에게 아빠의 자리가 크고, 어마어마하다는 걸… 내가 그랬다. 초중고등학교 시절 언제나 나의 옆엔 아빠가 있었다. 엄마의 노력이자 교육철학이었다. 첫 생리 때 아빠에게 꽃을 받게 했고, 브래지어를 사러 갈 때면 언제나 아빠를 동행하게 했다. 아빠와의 스킨십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자연스러운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나에게 아빠는 더없는 절친이었다. 엄마에게서 와는 다른 보다 도전적이고, 사회적인 면들을 아빠를 통해 보고 배웠다. 그 기억들이 나의 사회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었고, 지금의 나의 외향적 성격에 큰 영향을 미쳤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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