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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파노 Nov 04. 2023

엉켜있는 띠 풀의 뿌리

주역에 나오는 동물, 식물 그리고 무생물 13

띠 풀은 전 회에서 말한 대로 

거칠고 질긴 것이 특징이며

주변에 흔하게 있어 베어 쓰기가 편하다.     


지붕을 이을 때 쓰기도 하지만

비가 올 때 비를 피하는 용으로

덮개 옷을 만들어 이용하곤 했다.     


또 띠 풀의 뿌리는 단맛이 있어 

아이들은 간식거리가 귀한 시절에 

종종 캐서 껌처럼 씹었다.      


그러나 띠 풀뿌리는 서로 엉켜있어 

캐기가 쉽지 않다.     


주역 11-1에는 띠 풀의 뿌리에 관해 

이렇게 쓰고 있다.      


초구씨띠를 뽑으면 제멋대로 잇닿아 있군요

그 무리로써 나아가면 길합니다.

[초구(初九발모여(拔茅茹

이기휘(以其彙(()]     


띠 풀의 뿌리는 연한 듯 하나 

여러 뿌리가 서로 엉켜서 잘 뽑히지 않는다.      


주역은 서로 제멋대로 잇닿은  

띠 뿌리를 언급하며 

무리로써 힘을 합하여 나아가라고 한다.      


즉 한 뿌리는 약하지만 

여러 뿌리가 제멋대로 엉켜있을 때는 

뽑아도 뽑히지 않는 것처럼 

같은 남성끼리 굳게 뭉쳐 나아가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길(吉) 

즉 훌륭하고 착하며 아름다운 

진선미(眞善美)가 다 들어 있는 

좋은 상태로 발전한다고 한다.      


초구가 사는 태(泰)란 나라의 아래 세상은 

남성 중심 문화로 

앞만 보고 내달리는 세상이다.      


누구라도 뒤처지는 것을 수치로 여겨 

모두가 앞서기 위해서 

죽기 살기로 내달린다.      


이런 세상에서 초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주역은 경쟁의 늪에서 살기 위해서는 

띠 뿌리처럼 여럿이 힘을 합하여 

나아가라고 한다.      


그런 삶이 

나만의 앞선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될까?      


도움이 된다.

남보다 앞선 존재로서 

나만을 과시하기보다 

뒤처지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 

남과 더불어 산다면.      


나만의 과시적 삶을 산다면?      


비탈진 땅이 아닌 

평평한 땅만을 고집해야 하며

가던 길을 돌아오는 

뒤처진 후회의 삶을 없애야 한다.     


신에게 부여된 삶이라면 가능하겠지만 

인간들이 선택한 삶에는 

그런 일은 결단코 없다.      


난정(難貞)의 삶!

즉 가난하여 배고프고 

또 춥지만 참고 견뎌내야 하는 삶! 

그런 삶이 우리 인간들 삶이다.     


그런 가운데도 버티고 

후회 거리를 줄여가며

아등바등 살아 내야 한다.      


주역은 그렇게 살다 보면 

길(吉) 즉 진선미가 다 들어 있는 

축복의 삶이 온다고 한다.      


♥ 주역 12-1과 11-1은 지문의 글귀가 똑같다. 

주역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아마도 초구가 남성 중심 사회에서 

견뎌내는 삶의 모습이나 

초육이 여성 중심 사회에서 견뎌내는 삶에는 

고통의 겉모습은 다르겠지만  

속성은 대동소이하다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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