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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파노 Dec 02. 2023

대나무 마디(절, 節)는
 약속을 뜻한다.

-주역에 나오는 동물, 식물 그리고 무생물 16

주역에는 절(節: 60괘)이란 괘가 있다.

절(節)은 원래 ‘대나무 마디’를 뜻한다.      


또 절(節)은 약속을 의미하기도 한다.

서로 약속할 때 

그 증거로 대나무 마디를 

편편하게 가공한 패에 사실을 적고 

둘이 각자 나누어 갖기 때문이다.      


한편 절(節)은 약속과 대나무의 성질이 혼합되어 

반드시 지켜야 할 대상인 예절(禮節), 

절개(節槪), 정절(貞節) 등도 의미한다.     


대나무는 가지도 없이

하늘을 향해 곧게 쭉 뻗어 자란다. 

우리는 이런 대나무의 성질을 비유하여

곧은 사람을 대쪽 같은 성질이라 흔히 말한다.     


60괘의 괘사를 보면 

고절(苦節불가정(不可貞)’이란 구절이 있다.

그 뜻은 ‘고통스러운 약속은 참기가 가능치 않다.’이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 

그러나 지킬 수 없게 

사리에 맞지 않는 약속이면 어떻게 할까?      


그 약속은 참기가 가능치 않다는 뜻이다. 

즉 그 약속을 지키려고 

애써 참아내는 것이 가능치 않다는 뜻이다.     


괘사는 구체적이기보다는 선언적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현실에 와닿는 사례를 보려면 

효사를 보아야 한다.     


60괘 3 효에는 

여성 육삼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여성인 육삼 씨는 

자기보다 어린 청년에게 책임자 자리를 빼앗겨 

패배의 설움을 씻겨줄 자리만을 찾는다.     


육삼 여성은 묘안을 가지고 

상층부에서 큰소리깨나 치는 

연합 사령관을 만나려 한다.     


그 연합 사령관은 남자보다 남자 같이 강한 

호걸스러운 여성이다.

육삼은 그 여성 사령관을 만나 

자기의 세력을 과시하고 

약속을 부탁하려 한다.     


육삼은 하층부에서 

공주처럼 휘하에 보디가드로 

남성들을 거느리고 사는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면서.     


여성 육삼은 휘하 남성들과 같이 

연합 사령관을 도와 싸워줄 테니 

차후에 그럴듯한 벼슬자리를 

약속해 달라고 청한다.      


그 여성 사령관도 흔쾌히 찬성하여 

약속은 성사된다. 


문제는 약속이 이루어진 마당에 

여성 육삼의 휘하에

있는 남성들이 반발한다.     


남성들은 그런 약속을 했다가 

만에 하나, 후일 권력자가 정권을 잡으면 

자기들은 반역 모임에 연루된다고 불평을 하며.     


사실 그 여성 사령관은 

권력자가 미워서 그에 반발하여 

싸움을 하기 때문이다.      


이때 주역은 그 여성 육삼에게 이렇게 말한다.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탄식하는 것 같이 되면 

오히려 허물은 없게 된다.

[육삼(六三불절약(不節若

측차약(則嗟若무구(无咎)]”라고.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러나 지키는 것이 훗날 괴로운 약속이 되면 

(그래서 아깝고 아쉬워 탄식만 한다면)     


그 약속을 바라보고 

기대하며 기다리는 것 자체가 

불가(不可) 즉 가능치 않다.      


다 되는 것처럼 믿었던 

벼슬자리 약속이라 하더라도

훗날 반역자에 연루되어 

목숨을 잃는 그런 고통스러운 약속이라면.     


왜 그런 고통스럽고 

왜곡된 보상을 믿고서 

굳이 약속할까?     


들떠있기 때문이다. 

왜곡된 보상에 들떠 있는 사람에게는 

무슨 소리를 하더라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로지 패배를 씻어 줄 

벼슬자리에만 온통 신경이 가 있기에.      


심리학적으로 보면 

그 여성 육삼은 

실패했다는 과거 사실로  

미래에도 또 실패할까 봐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도 이상인 왜곡된 보상에 집착한다.      


지금은 잠잠하지만 

전모 사기 사건에 연루되어

전직 펜싱 선수가 고초를 겪는 사건으로

한동안 시끌시끌했다.     


재벌의 후예라는 

그래서 떡고물처럼 

왜곡된 보상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심리가 작용하여 

사기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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