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esser panda
Aug 09. 2021
워크숍이 장점은 평일이라는 것과 일찍 마치고
불금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단, 전날 술을 과부하로 마시지 않는다면.
하지만 과부하로 마시지 않기가 더 어려운 워크숍의 술밤이다.
여느 때나 마찬가지 3차와 4차 신대리가 해주는 시원한 라면 해장국물을 마지막으로
새벽 5시에 동이 트는 것과 동시에 잠이 들었다.
기상 시간은 조금 늦게 9시 반쯤.
다음날은 단양의 유람선을 타고 단양팔경과 시원하게 뻗은 50미터 분수를
감상하기로 되어 있다.
단양이 좋다는 것은 알았지만 복잡한 주말과 달리
유유자적함을 느낄 수 있는 평일이라 어르신들 틈에 끼인
우리는 평일 낮 관광의 여유를 한껏 즐겼다.
단양을 선조들의 유배지로 정한 것이 산이 많기도 했지만
계곡이 졸졸 흐르는 큰 바위는 여기서 책을 보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휴가 때 와서 계곡 속 큰 바위에 앉아 독서를 즐기며 유배지의 선조들의 생각과 명상을
떠올려 보는 것도 좋겠다고도.
다음날이자 워크숍 마지막 날 점심 단양 산골의 어느 길가에 있는 허름한 밥집에 갔다.
예약했지만 미리 준비되지 않은 듯한 식사를 하고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잠자리가 바뀌어서 잠은 조금 설치지만
바람도 쐬고
맛있는 것도 먹는 게 좋으니까.
워크숍을 가는 오가는 길에 간식도 주는데
오가는 말은 개인적인 친분을 위한 것들이 주다
그러다 할 말이 떨어지면 결국 잠을 자거나 일 얘기로
빠져든다.
워크숍에서 항상 웃지 못할 실수도 많이 일어나고
재미있던 기억도 있긴 했다.
회사를 떠나서 바깥에서 함께 여행을 하는 여행자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여기에선 주목적은 대표의 여행 동무이지만.
내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그렇단 얘기다.
여행의 이유를 나름대로 찾고 워크숍에서의 신기한 경험도
하나의 이야깃거리로 만들고 나면 나에게 남는 게 그래도 있다고 본다.
초긍정주의자의 자세랄까.
워크숍에서 돌아오는 날 2-3대 차를 나눠 타고 난 차에서
운전자를 빼고 다들 지쳐서 잠이 들었다.
수도권 근처 근교로 목적지를 잡은 덕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제법 짧다.
운전자와 남은 자의 대화.
항상 이야기의 끝은 일로 끝난다.
일로 만난 사이여서 취미로 시작 한 얘기도 일 얘기로 무슨 얘기든 일과 연관 지어
마무리는 일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여느 때와 그랬듯 회사에서 해산하는 길에
부장의 의미심장한 말은 잊을 수가 없다.
중이 싫으면 절을 떠나야지.
혼잣말인 듯 아닌 듯 대화하는 은연중에 나온
그의 말은 당황스러웠다.
누가 떠난다는 것인가?
알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회사생활의 연속은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들어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