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번째
산을 내려오다 보면 자주
이 길로 온 적이 있나 싶을 때가 있다.
숱하게 다닌 길인데 유독 내려갈 때면
불현듯 눈 앞 풍경이 낯선 것이다.
잠시 눈이 착각한 것일 수도,
정말 다른 길로 내려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가는 길에 의심이 많아진 탓인지
가보지 못한 곳으로 향하고 싶은 마음이 아직 남은 탓인지
잘 모르겠다.
오를 때의 생각과 내릴 때의 마음이 다르듯
풍경의 이면은 자주 사람을 달뜨게 한다.
오늘은 낯선 곳에 가 닿고 싶었다.
봄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