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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이 Aug 10. 2020

독일에서 여름 나기

에어컨 설치가 드문 유럽의 여름은 종종 한국보다 견디기가 더 힘듭니다. 독일은 여름이 건조한 편이어서 30도에 가까운 날들이 와도 견딜만한 편이었는데요, 몇 년 전부터 이상기온 때문인지 35도에서 40도까지 올라가는 날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에어컨 시설이 없는 지하철은 지옥철이 되고 차라리 뜨거운 바람이라도 부는 바깥에 있는 게 낮겠다 싶기까지 합니다. 에어컨 시설이 없기는 대부분의 공공건물 혹은 일반 주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독일에서 에어컨 수요가 늘어날까요?)


보통 독일에서 8월이면 슬슬 서늘해 저야 하는 데도 올해 늦더위가 찾아왔더군요. 저는 단독주택의 맨 위층 자그마한 방에 삽니다. 건물의 맨 위층은 여름이면 더 덥고 겨울이면 더 춥죠. 그런데 지난 며칠간 올해 가장 더운 날들이 계속되고 있어서 힘겹게 버티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사람들은 해가 진 저녁이 되면 창문을 열어 시원한 바람으로 내부 공간을 가득 채운 다음 아침이 되면 햇빛과 뜨거운 공기가 들어오는지 않도록 창문을 블라인드 혹은 커튼으로 꽁꽁 막아버려요. 그러면 낮 동안 실내 온도를 차갑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건 건조한 더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한국에서 이 방법을 해봤지만 방안이 더 찜통이 되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방법도 꼭대기 층엔 적용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제 방은 커튼을 달기 불리한 구조여서 저는 여름이면 창문에 신문지를 붙여놓습니다. 조금이라도 햇빛을 막으려는 시도이죠. 외관상 보기 흉하지만 효과가 좀 있는 것 같아요. 적어도 방안 온도가 바깥 온도만큼 뜨거워지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저녁이면 아래층에서부터 건물이 하루 종일 받았던 열들이 올라오는 것 같아요. 복사열이라고 하나요, 바닥이 뜨끈뜨끈 해지고 어디에 있어도 더운 공기가 방안을 빠져나가지 않고 머뭅니다. 그러니 아무리 창문을 활짝 열어놔도 밤 동안 방안 온도가 식는데 시간이 걸려요. 그리고 온도가 채 내려가기도 전에 아침이 되어 다시 뜨끈뜨끈 달아오르기를 되풀이합니다.


지금 이 더위를 자그마한 탁상 선풍기 하나로 견디고 있습니다. 지금 바깥 온도는 36도, 방 안 온도는 31도. 밤에는 창문을 모두 열어놓고 자는데도 방 안 온도가 29도에서 더 내려가지 않더라고요. 저는 더운 날씨에 맥을 못 차려요. 뇌가 생각하기를 거부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잡생각 조차도 하기 싫어지고 그래서 마냥 선풍기 앞에 앉아서 유튜브나 시청하고 있네요. 제가 더위를 너무 많이 타는 걸까요? 장마가 끝나면 한국도 다시 더운 날들이 시작되려나요? 어서 이 더운 날들이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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