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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이 Aug 24. 2020

안녕하세요.

일상 스케치북을 시작하며

안녕하세요, 인사드립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는 과정 중 하나는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행동을 새로운 환경의 패턴에 맞춰나간다. 독일에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발견하게 된 사실 중의 하나는 딱딱하다는 이미지에 맞지 않게 의외로 독일 사람들이 열심히 인사를 한다는 것이었다. 상점이나 은행과 같은 일상생활의 반경을 넘어서 한적한 길에서 아무 사람이나 지나갈 때, 처음 보는 행인에게도 독일인들은 가끔 "안녕하세요?"로 먼저 말을 띄운다. 모두가 지나가기 바쁜 복잡한 시내에서야 한 명 한 명 인사를 할 필요는 없지만, 베를린만 해도 인적이 약간 드문 외곽에서 사람을 마주치면 낯선이 와의 인사는 어느 정도 일상적인 것이 된다. 그들의 인사가 더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는 반가움이 담겨있기 때문이었다. 가게에 사람이 들어와서 자동적으로 하는 인사가 아닌 웃음이 담겨있는 인사에는 더 큰 진심이 느껴진다. 


웃으면서 인사하기

물론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낯선 이에게 내가 먼저 인사를 하면 상대방도 흔쾌히 받아주곤 한다. 물론 인사를 하려면 그전에 1초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서로 간을 보게 된다. 먼저 내 앞으로 다가오는 상대방의 눈을 보는 듯 마는 듯 주시한다. 상대방의 눈도 나를 쳐다보고 있으면 일단 지나 칠 때쯤 간단히 눈웃음을 보낸다. 그러면 상대방도 눈웃음으로 대답하거나 먼저 "Hallo(할로)" 하고 인사를 하기도 한다. 아니면 상대방도 나를 의식하고 있다는 신호를 받아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넨다. 독일 사람들이 열심히 인사한다는 것은 러시아에 가서 한 달 동안 살면서 더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러시아 사람들은 어디에 가도 인사는커녕 전혀 웃지를 않았다. 처음 며칠은 독일에서 하던바와 같이 이웃에게 인사를 하며 웃어 보았는데 나를 본 척도 안 하고 지나갔다. 생각해보니 러시아 사람들은 타인에게 미소를 보이지 않는다는 걸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났다.  


인사는 돈이 필요 없는 호의

가장 기본적인 것을 나는 때때로 잊고 산다. 어렸을 적 회사원이었던 아빠가 퇴근 후 집에 와서 동료 중에 한 명이 주변 사람들한테 인사를 잘해서 진급했다며 인사가 이렇게 중요하다고 나와 동생에게 훈수를 두던 생각이 난다. 그렇게 인사는 중요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막상 나는 사람들과 마주치면 내가 먼저 해야 할지 머뭇거릴 때가 더 많다. 어떤 때는 인사를 먼저 하면 지는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 나는 다시 떠올린다, 인사는 돈이 필요 없는 호의라고. 이런 의미에서, 나는 여러분께 미소를 지으며 일상 스케치북을 시작하는 첫인사를 올린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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