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반경이 좁아지면 좁아지는 만큼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는 줄어든다. 아침에 출근해서 늘 같은 카페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하고, 별일 없어 다행인 동료들과 별일 없는 하루를 보내면 참 다행이다. 퇴근하면 집에 가서 늘 보아 더 소중한 사람과 나름대로의 시간을 보내며 오늘 하루도 잘 보냈다, 잔잔한 위안을 삼으며 마무리한다.
평소에도 낯을 가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어려워하는 나에게는 익숙한 사람들과 있는 게 가장 편하고 좋지만, 때로는 기대하지 않았던 누군가와의 만남, 그리고 대화가 일상의 큰 환기가 되어주고는 한다.
뽀빠이를 먹다가 달큼한 별사탕을 와득 씹은 것 같은 그런 작고 반가운 충돌.
날씨 좋은 날 환기하려고 창문을 열었을 때 훅 밀려 들어오는 청신한 바람같이 누군가가 열어주는 새로운 문으로 내가 경험해 본 적 없는 세계가 때로는 은은하게, 또 때로는 강렬하게 밀려들어온다. 언제고 그 문 안으로 들어가는 건 내 몫의 용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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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예약해 둔 식당에 식사를 하러 갔다. 그때 그때 메뉴를 준비해 주시는 맡김 차림의 식당이었는데, 맛도 맛이었지만 불편하지 않게 말 걸어 주시는 셰프님 덕분에 더 유쾌하고 즐거운 식사가 되었다.
ㅡ 오늘은 주말 데이트인가요? 요즘에는 다들 데이트하러 어디로 가요?
ㅡ 저희도 맨날 집에만 있어서 잘 모르겠어요
ㅡ 낚시 추천해요! 진짜 재밌어요
ㅡ 낚시하신 지 오래되셨어요?
ㅡ 한 4년쯤? 저도 아직 낚린이예요
낚시라는 단어에 마음이 동해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에는 장비를 다 빌려주는 낚시터도 있다. 고기를 잡으면 가지고 올 수 있지만 잡자마자 회를 썰어서 먹는 경우가 많아서 가지고 올 게 따로 없다. 배 위에서 먹는 회는 따로 소스가 없어도 참 달고 맛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새롭고도 생생한 이야기들을 들으니까 기분전환이 되었다. 괜히 핸드폰 검색창에 "낚시"를 검색해보기도 했다.
ㅡ 벌써 찾아보시는 거예요? 혹시 또 모르죠. 다음에는 제철 생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될 수도 있어요.
ㅡ 요즘엔 제철생선이 뭐예요?
ㅡ 요즘엔 도미가 제철이에요!
식사 메뉴에서도 제철생선인 도미구이가 있었고, 제철생선이라 그런지 부드럽고 고소해서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제철생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면 참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담스럽지 않게 슬쩍 낚시의 문을 열어준 셰프님에게 고마웠다. 그 문 안을 들여다 보고, 발을 들일지 말지는 온전히 내 선택. 그렇지만 그렇게 들어갈 수 있는 경험의 세계가 많아지는 건 언제나 반갑다.
그날 나의 세계는 조금 더 넓어졌고, 잠재관심사목록에 낚시라는 새로운 키워드가 추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