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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밤 Aug 15. 2021

봄이 빗속에 노란 데이지 꽃 들어 올리듯

우리 가족 한여름의 풍파, 아이의세 번째입원

연금술 - 새러 티즈데일

봄이 빗속에 노란 데이지 꽃 들어 올리듯

나도 내 마음 들어 건배합니다.

고통만을 담고 있어도

내 마음은 예쁜 잔이 될 겁니다.


빗물을 방울방울 물들이는

꽃과 잎에서 나는 배울 테니까요.

생기 없는 슬픔의 술을 찬란한 금빛으로

바꾸는 법을.





1) 아내의 오른쪽 약손가락 골절

 여느 때와 같이 평온하게 하루를 시작한 하루였다. 저녁에는 나의 진급을 축하하는 소규모 저녁식사 일정이 있었다. 코로나로 전체 회식은 못하고, 가까운 직장동료 몇 명만 모였다.

 식당으로 가는 길. 아내와의 통화에서 아내는 빨리 끝내고 오라고 한다. 천천히 오라고 해도 일찍 들어갈 생각이었지만 그날따라 유난히 눈치 보이고 신경 쓰였다. 이후 먼지 같은 작은 이유로 아내와 나는 이튿날까지 카톡으로 말 못 했던 서로의 서운함만을 떠들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시간에 우는 목소리로 현관문에 손가락이 끼었다는 아내의 전화가 왔다. 나는 한참 작업 중이었고 우는 목소리에 당황해서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오른쪽 약손가락 뼈는 부러지고 말았다. 천만다행으로 뼈가 제자리에 있어서 철심 박는 수술은 안 해도 된다고 한다. 

 한 달 전에는 손등에 작은 무엇인가 볼록 부풀어 오르고 '거대 세포종'으로 의심되어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학병원 검사 결과 '거대 세포종'은 아니었고 수술은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뼈가 부러졌다.

뼈가 완전히 붙어 정상적인 생활을 하려면 두 달은 더 지나야 한다고 한다. 괜히 내가 예민하게 굴어서 이 일이 생긴 것 같고 마음이 불편했다.





2) 2차 화이자 교차접종

 1차 때 맞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50세 이상으로 바뀌면서 2차는 화이자로 교차 접종하게 되었다. 

1차 때 한 달간 고생했던 경험 때문에 2차 접종을 맞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주위에 나와 비슷한 사례도 찾아보고 의사들의 의견도 들어봤지만 명쾌한 답은 없었다. 어느 병원 의사 선생님은 접종 후 면역반응이 강하게 왔기 때문에 코로나에 걸렸다면 백신 접종 때 보다 훨씬 더 많이 고생했을 거라고 하셨다.

나는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중증으로 가지 않고 무증상으로 지나가는지 반문하였다.

이에 대해 의사 선생님은 '아직 임상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서 답변드릴 수 없네요'라고 하였다.

접종 당일은 팔에 뻐근함과 약간의 두통이 있었지만 아스트라 대신 화이자 백신을 맞아서일까? 괜찮았다.

이튿날 아침부터는 겨드랑이(림프절)가 붓기 시작했고 두통과 미열이 있었다. 이후 며칠간 두통과 미열, 근육통, 기력 저하 등이 여러 증상들이 있었지만 견딜만했다.






3) 아이의 세 번째 입원(응급실 : 7.28, 입원 : '21.7.29 ~ 7.31)

 7월 중순부터 갑자기 더워지며 집에서는 에어컨을 자주 틀게 되었다. 되도록 안방 에어컨과 선풍기를 틀었고 아이와 방에서 놀 때는 거실 에어컨을 틀었다. 에어컨 바람이 신경 쓰이긴 했는데 며칠 뒤 기침과 콧물이 나기 시작했다. 병원 처방받은 약을 먹고 많이 좋아지는 듯했다. 


주말을 보내고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물총놀이를 한다며 한껏 신나서 등원했다. 아이를 보내고 손가락 때문에 진료 중인 아내에게 원장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머니, 아이가 오전에 설사를 3번이나 해서 데리고 가셔야 합니다."

어린이집에 도착한 아내는 마당에서 물총놀이에 신난 아이들과 달리 방에서 혼자 놀던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오며 "아가야, 물총놀이는 엄마랑 하자~" 했더니 착하게도 아이는 "엄마랑 물총놀이하면 돼~"라고 했다.

금요일부터 기다리던 물총놀이를 못하게 되었는데 떼쓰지도 않고... 찡했다...

병원에서는 아이 뱃속에 가스가 차서 꾸룩꾸룩 소리가 심심하다 했다. 지금보다 더 심해지면 더 큰 병원으로 가서 입원을 해야 할 수 도 있다고 했다. 아이의 설사는 더 빈번해지고 뱃속에 가스가 가득 차서 밥도 먹지 않았다. 놀면서도 아이는 계속 배가 아프다고 울었고, 고통스러워했다.


새벽 1시 반.

아이가 잠에서 깨더니 설사를 하고 배가 아프다고 했다. 점점 더 상태가 나빠지고 있었고, 물 한 모금을 하고 바로 구토를 하였다. 우리는 바로 근처 응급실로 향했다. 코로나 때문에 보호자는 1명밖에 들어갈 수 없었다.

서투른 간호사는 아이 손에 주삿바늘을 세 번이나 찔렀고, 밖에서도 아이의 울음소리는 울려 퍼졌다.

새벽 6시 집으로 돌아왔다. 

오전에도 설사를 계속했고 오후부터는 괜찮아졌지만 기력도 없고 밥도 먹지 않았다. 그날 저녁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병원으로 가기 위해 우리는 처갓집으로 향하였다. 


다음날 아이는 결국 장염으로 입원하게 되었다. 

먹은 것도 없는데 배는 너무 빵빵하다고 하셨고, 먹은 게 없기 때문에 설사를 안 하는 거라고 했다. 나는 업무 때문에 병원에 같이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입원하게 되면 혼자 간호해야 하는 아내는 처갓집에서 통원하며 수액을 맞으려고 했지만, 의사 선생님은 강력하게 입원하라고 하셨다. 

아이도 힘들었지만, 골절된 손가락으로 혼자 아이와 병원에서 2박 3일을 보내게 된 것이다. 검사 결과 아스트로바이러스로 소아에서 주로 감염된다고 한다. 확실한 예방법은 손을 잘 씻어야 한다고 한다. 아내는 아이가 생각보다 잘 도와줘서 지난 3월 입원했을 때와 달리 혼자서도 괜찮다고 했다. 

아내와 아이에게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옆에 있어주지 못해 미안했다.






7월31일 아이는 병원에서 퇴원을 하였고, 우리의 '21년 7월은 이렇게 지나갔다.

사실 21년 7월 31일과 8월 1일은 하나도 다를게 없는 똑같은 하루다. 하지만 마치 이제까지의 안좋았던 일들을 모두 7월에 다 떨쳐버리고 8월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마치 1월 1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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