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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밤 Dec 21. 2020

지난겨울 '희망' 찾던 이야기

2019년 겨울 독도헬기, 제주 선박 전복사고

고요한 겨울바다. 작은 파도가 밀려와 방파제 위로 부서진다.

방심한다.

2019년의 겨울 파도는 무섭고 빠르게 방심한 이들을 삼켜버렸다.




'20.12.13(일) 집 앞에 쌓인 눈을 보며 아들에게 생에 첫눈을 보여줄 생각에 신이 난다.

뽀드득뽀드득 눈을 밟고 눈을 크게 뜨며 '우와~' 감탄하는 아이 목소리에 따뜻해진다.

"아가야. 너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니?"

동네 아빠들이 만들어 놓은 가지각색의 올라프(눈사람)는 모두 웃으며 아이를 반겨준다.



불현듯... 지난겨울에는 왜 눈을 못 봤을까?

코끝에 쌩하고 부는 바람에 아는 모세기관지염으로 병원에서 돌치레를 했고,

우리(항공대)는 수평선 너머 망망대해에서 파도가 삼켜버린 희망을 찾느라 고군분투했다.




'19. 10. 31(목) 독도 앞바다

중앙119 소속 EC225 헬기 한대가 독도에서 환자를 태우고 이륙 후 14초 만에 추락다.

세상은 우리를 비웃듯 탑승자 명단에는 항상 우리와 함께 했던 이들의 명단이 있다.

아직은 살아있을지 모르는, 아니 살아있는 희망을 구조하기 위해 모든 기관들이 동원되었지만... 

끝내 우리 곁에  올 수 없었다.

어린왕자의 작가 '생 택쥐페리'처럼 별이 되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슬픈 일이다.

* 20. 12. 3(목)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사고조사 중간보고서가 업로드되었다.


'19. 11월/12월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 제주도는 가족/친구들과 함께한 추억과 낭만이 있는 곳이다.

다만 나에게 '19년 제주도의 겨울바다만큼은 슬펐다.(적절한 표현을 못 찾았다)

제주 북서쪽 파도에 속절없이 전복된 선박에 이어 몇 주 뒤 마라도 인근에서 이어진 전복된 사고.

연이은 사고에 가용 항공기 모두 구조를 위해 파견되었고, 선원 몇 분은 구할 수 있었지만 많은 분들은 결국 실종되셨다.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수색하였다. 


0개월간 매일 실종자 수색이 이어졌고, 2교대로 하루 0시간씩 2번 비행했다.

우리 정비사들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항공기 점검비행을 반복했다.

모기지에서도 교대 항공기를 위해 검사정비작업에 전념하였다.

정비업무와 비행을 모두 해야 하는 항공정비사들은 그야말로 녹초가 되었다. 주말도 없이 일해야만 했던 터라 계획했던 '겨울여행'은 취소하였다.

 * 헬기 너도 고생했다.




코끝에 쌩하고 부는 바람도 추운데 겨울바다는 얼마나 날카로웠을까?

이제는 해상비행 때 몇 년 전까지 귀찮다고 안 입던 방수복을 챙겨 입고 산소통(HEED)항상 소지한다. 항공정비사임에도 불구하고 '수상인명구조' 자격증 취득했다.

춥다고 웅크리고 방심하는 순간 언제 겨울 파도가 덮칠지 모르기 때문에.




삭막했던 2019년의 겨울은 마무리되었고, 봄은 어김없이 다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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