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그래 Mar 28. 2024

생각탐험대를 시작합니다

철학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모임 안내서

'아, 그렇구나.' '정말일까?'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는 거지?' '저건 아니잖아!' '멋지다.'


철학하는 어린이들의 머리 속에서 여러 생각이 오갑니다. 자기 생각과 친구의 생각이 만나 연결되고 다시 새로운 생각의 길을 만들어내면서 생각의 탐험을 합니다. 내가 해오던 생각의 길과 친구 생각의 길이 만나 함께 걷게 되었을 때는 '와, 우리가 같은 생각을 하는구나! 신기해!' 반가워하며 소리칩니다. 한참을 그렇게 이야기하다보면 반드시 '정말일까?'하며 친구 생각이 의아해지는 지점을 만납니다. 우리 생각이 모두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뭐야?' 조심히 묻거나 '난 너와 생각이 달라'라며 선을 긋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면 함께 걷던 길에서 두 갈래로, 때론 세 갈래 그 이상으로 생각의 길이 달라집니다. 때론 전혀 다른 생각인 줄 알았던 그 길들이 다시 만나게 되는 지점도 있습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가만히 친구 생각의 길을 바라보는 순간도 있습니다. 친구가 열심히 자기 생각을 탐험하는 것을 바라보면 '저렇게 멋진 생각을 하다니!' 감탄이 나오기도 합니다. '저건 아니잖아! 멈춰!'라고 크게 외쳐주고 싶은 때도 있습니다. 물론 친구도 나의 생각 탐험을 지켜보면서 그런 마음이 들겠지요.

이렇게 서로의 생각을 탐험하다보면 아주 멋진 길을 만나기도 합니다. '와! 우리가 이런 생각도 하게 되다니!'하며 감탄하는 순간에는 생각 탐험대의 힘든 시간들이 보람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생각탐험을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평소에 생각하던 것들을 다시 돌아보고, 질문하고,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거쳐야 하거든요. 혼자 하면 더 쉬울 것 같은데, 꼭 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경청하고, 내 생각도 꺼내 보여줘야 하기 떄문에 어렵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생각탐험대를 기꺼이 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 길이 무척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이들과 함께 철학하는 선생님입니다. 약 15년 정도 교실에서, 놀이터에서, 그리고 삶의 구석구석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철학하며 지냈습니다. 아이들은 철학하는 시간인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그 시간을 즐겼습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철학을 한다고 하면 부담스러운 생각이 먼저 들지요?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저에게 어린이와 함께 철학하는 교실을 열어주신 저의 선생님도 철학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철학이라는 학문을 떠올려 서양철학, 동양철학 등을 연결지으며 지레 어려울 것이라 여기고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40년 전에는 동네의 철학관과 연결지어 생각하는 경우도 있어 아이들에게 불순한 것을 가르친다고 걱정하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저는 '철학'이 아니라 '철학하기'를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 두가지는 비슷하기도 하지만 참 다릅니다. 철학이 필로(philo, 사랑하다) 소피(Sophia, 지혜)의 합성어라고 하지요?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인 철학은 우리 삶과 아주 가깝습니다. 철학자들도 그들의 삶으로부터 나온 질문에 대해 답하고자 애썼기에  의미를 탐색하는 것도 필요하고 우리에게 도움을 줍니다. 그에 못지 않게 각 사람들이 가진 삶의 철학을 탐색하고 탐구하는 일도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 인생의 철학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어린이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저는 아이들이 자기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고유한 철학을 형성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것이 유려한 말과 글로 표현되지 못했을 뿐, 아이들은 모두 각자의 생각으로 오늘 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철학하는 시간을 가질 수록 그것을 더욱 확신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어린이들이 자기 삶을 더 아름답게 살도록 철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하는 모든 생각이 의미를 갖겠지만, 더 나은 생각이 더 나은 삶을 이끌 수 있거든요. 그 더 나은 생각을 하도록 돕는 것이 철학하기의 핵심입니다.

저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철학하는 시간들을 '생각탐험', 모임은 '생각탐험대'라고 부릅니다. 자기 생각을 탐험하고 친구와 선생님의 생각을 탐험하면서 '함께' 생각의 길을 개척합니다.. 그 방법은 무척 다양합니다. 이제부터 하나씩 생각탐험대의 이야기를 풀어 가겠습니다.


생각탐험대는 모든 이들에게, 특히 어린이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전 세계에 있는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또는 '생각하는 것을 싫어하는' 모든 어린이들을 초대합니다.

그런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어른들을 환영합니다.


3.27.

15년의 공부와 실천들을 정리하며








작가의 이전글 감정을 잘 표현하면, 더 잘 생각하게 되는 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