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집이 주는 강제 미니멀 라이프에 대하여
대책 없는 독립 그 후.
본가에서 살 때보다 공간은 턱없이 좁아졌고,
나 하나 몸 가눌 정도 약간의 공간만 있는 집이다 보니,
많은 물건을 강제적으로 놓을 수 없게 되었다.
독립을 위해 본가에서 이것저것 물건을 잔뜩 지니고 나왔지만,
공간의 제약 '덕분에' 나는 그 물건을 다 놓을 수 없게 되었다.
거기다 물건이 많으면 많을수록, 공간 자체가 더 좁아 보이는 효과까지 더해지니,
나는 더 이상 많은 물건을 '소유할 수 없게' 되고야 말았다.
그러다 보니 반 강제로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다.
본가에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공간이 넓기도 했고, 이것저것 놓을 수 있다 보니,
현재 쓰고 있는 물건뿐만 아니라 내가 앞으로 쓰려고 쟁여 둔 물품까지 모두 보관했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공간이 넓어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현재 쓰고 있는 물건 외에는 여분의 물건을 두지 않는 것이 옳은 방법이 되었다.
이게 떨어질 까봐, 혹은 이게 질려서 더 이상 쓰지 않는 때가 올 때를 기다리며,
미리미리 여분의 물건을 사놓거나, 혹은 추가로 더 사놓는 이전의 소비 습관은
더 이상 이 집에서는 통하지 않는 방법이 되어 버렸다.
지금 집에서는 쓰고 있는 지금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며,
물건이 떨어진다면 떨어진 그 직후 바로 사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다.
나는 현재에 집중하는 방법을 강제로 배우고 있었다.
오지 않을 미래에 불안해하거나, 또는 앞으로 올 미래를 막연히 준비하기보다는,
현재, 바로 지금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 할 수밖에 없는 삶 말이다.
또 하나,
공간이 좁다 보니 나는 여러 개의 물건을 종류별로 둘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가장 만족스러운, 혹은 가장 필요한 물건 하나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물건을 모두 치워버려야 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버릴 물건이 아닌, 무엇을 남길 것이냐에 대해 가장 심도 있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불필요한가 가 아니라,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말이다.
그리고 가장 필요한 것 외에는, 나머지는 모두 불필요한 것이라는 결론이 나자,
나는 나머지 물건들을 버리거나 치우거나 혹은 본가에 다시 갖다 주거나 하는 식으로
모두 비워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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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니멀 라이프적인 생활을 반강제적으로 시작하다 보니,
이전의 내가 살면서 실행하고 추구했던 미니멀 라이프의 본질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왔다.
무엇을 버릴 것이냐가 아닌,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내 삶에 남길 중요한 단 한 가지는 무엇인지 말이다.
선택과 집중.
가장 어렵지만 가장 필요한 그 과정을 나는 독립을 하며 다시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