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짝도 한 번에 못 찾는 걸요?
같은 공고를 보고 지원한 다수의 지원자들을 역량 순으로만 1등부터 꼴등까지 쭉 줄을 세워본다면, 최종 합격자는 반드시 1등일까?
팀원을 채용하기 위해, 약 3달간 30명 정도를 만나 본 경험이 있다. 채용 과정은 서류 → 과제 → 1차 실무자 면접 → 2차 컬처 핏 면접으로 이뤄졌다. 당시 파트 리드로서 파트원을 채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단계에 면접관으로 참여했었다. 30명의 지원자분들 중 2명이 최종 합격했는데, 그들이 지원자 중 1등과 2등이지는 않았다. 역량, 타이밍, 성향 등 모든 요소가 마침 맞아떨어진 분들이었다. 합격하지 못한 28명의 지원자분들은 1) 쌓아온 역량의 결이 회사가 원하는 방향과 달라서, 2) 회사가 원하는 타이밍과 지원자가 가능한 타이밍이 어긋나서, 3) 회사의 조직 문화와 지원자가 지향하는 방향 또는 가치관의 차이가 커서 함께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물론 객관적으로 역량이 부족해서 떨어진 분도 계셨지만..
주변에서 누군가 면접에서 떨어져서 속상해하면 "네가 부족해서 그런 게 아냐! 그냥 안 맞았던 거겠지~ 소개팅 잘 안된 거랑 똑같지 뭐~" 하며 위로했듯이, 회사와 직원 간의 관계가 연인 관계와 정말 비슷하다는 생각은 평소에도 많이 하곤 했다. 그러나 직접 면접관으로서 채용해 봤던 경험을 통해 '회사의 입장'에서도 이 생각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느꼈던 것을 조금 더 정돈해 본다면 회사와 직원이 연인과 비슷한 경우를 입사 전, 재직 중, 퇴사 시로 각각 나누어 살펴볼 수 있겠다.
(1) 직장을 들어가기 전 갈 곳을 찾을 때
위의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채용 과정은 일등 신랑/신붓감 뽑기 대회가 아니다. 단지 A라는 회사가 본인에게 맞는 B라는 직원을 만나게 되는 과정일 뿐이며, 마치 소개팅을 하는 과정과도 비슷하다. 사진을 미리 스윽 보고, 이 단계를 통과한 사람에게만 카톡을 나눌 기회를 주고, 실제 만남을 가진 뒤 연연이 될지 말지 결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때, 연인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어느 하나가 모자라거나 못난 게 아니라는 것이 핵심이다. 그냥 서로 짝이 아니었을 뿐! 구직자로서 이 점은 정말 잘 명심해야 한다. 몇 차례 내 짝을 찾는 것에 실패하게 되면, 나 스스로가 너무 부족한 건지 계속 의심하게 되기 때문이다. 최고의 짝을 찾겠다는 주체적인 마음가짐으로 계속 시도하는 것 자체에만 집중해야 한다. 절-대 주눅 들거나 자존감 낮아지지 말자.
또 하나의 포인트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본인도 좋은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눈만 높고 가진 건 없을 때 짝을 만나기 쉽지 않은 건 다들 본능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이는 구직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내가 누군가의 이상형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자.
(2) 그렇게 들어가게 된 회사! 재직 중일 때
재직 중인 상황은 이미 결실이 맺어져 연인으로서 지내고 있는 커플이라고 볼 수 있다. 관계를 건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절대 서로를 잡힌 물고기로 대해서는 안된다. 서로를 당연하게 여기는 시점부터 그 커플의 위기는 시작된다. 서로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야 그 관계를 아름답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회사나 직원 역시 상대를 잡힌 물고기라고 생각하다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버림받을 수 있다. 에이스 팀원의 돌연 퇴사 혹은 월급 루팡 팀원이 받는 해고 통지가 그 예이다. 아름답게 오랜 기간 함께 하고 싶다면, 최선을 다해 상대에게 충실하자.
(3) 퇴사를 결심하고 이행할 때
백년해로 커플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커플들은 이별을 경험하게 된다. 평생직장이 없는 요즘, 회사와 팀원도 어느 시점에 가면 자연스레 이별을 겪게 되는데 이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부분이 있다. 결론부터 말해보자면 이별을 직감했을 때엔 마음을 굳게 먹고 단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결론은 공과 사에 걸쳐 겪은 여러 경험들을 근거로 한다. 한 번 마음먹었을 때 헤어지지 않으면 나중에 똑같은 이유로 결국 헤어지게 되더라. 헤어지자는 말은 정말 신중히 하되, 한 번 마음을 먹었으면 여러 가지 유혹에 넘어가서 잡히지 말고, 단호히 이별을 감행해야 한다. 이미 마음이 뜬 상대에게는 질척이지 말고, 상대가 질척일 거라고 예상하지도 말자. 잡을수록 그 관계는 추해진다. 가장 덜 추한 바로 지금, 보내주자.
(번외) 누가 내 연인 혹은 내 회사를 욕할 때
상대(회사)보다 내가 아깝다는 류의 이야기들. 아직 사귀고 있는 연인, 혹은 다니고 있는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칭찬도 뭣도 아닌 실례라고 본다. 본인 회사를 사랑할 때에는 약간 누군가 내 형제자매를 욕할 때처럼 느껴지기도 하더라. 우리 회사 부족한 거 나도 알아! 그래도 나만 욕할 수 있다고!
회사를 찾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 이 글을 요약해 보자면, 나에게 맞는 회사를 찾는 것은 내 영혼의 짝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여정이니 각오가 필요하고, 그렇게 어렵게 만난 회사라면 함께 하는 동안 최선을 다해야 하며, 이별을 결심했을 땐 서로를 위해 단호한 결정이 필요하다. 각 단계에서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 취업과 이직은 신중히 뽀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