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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da 린다 Sep 16. 2023

오운완, 그 뿌듯한 세글자


평일 다섯날이 왜 이리 짧은지.. 벌써 금요일이다. 직장인이던 시절, 월요일을 앞둔 밤 느끼던 처연한 막막함이 이제 금요일에 찾아온다. 주말은 말그대로 풀타임 육아에 노트북에 앉아 글 한줄 적는 것도 꿈도 못꾸기에.. 아이들 재우느라 노곤해진 몸뚱이를 세워 끄적거려 보는 중이다.


오늘 오전 오운완, 다시 3개월 추가등록까지 마쳤다. 이로서, 올 1월부터 시작한 운동이 중간과락 없이 올해 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아직 넉달은 남은 올해지만, 마음으론 이미 올해 목표에 틱 표시를 남겼다. 뿌듯함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감사하게도 새로운 동네에서 인생 운동쌤을 만났다.


필라테스와 요가, 쉬는 달 없이 운동을 이어 했다. 주 2회라는 누군가에겐 터무니없이 겸손한 숫자지만, 아이들 낳아 키우며 지키기로한 사이클을 지켰다. 있는대로 부지런을 떨어 세 아이 부디 아무일 없는 게 최고의 덕인 지금 내게 유일했던 개인의 성취였다. 둘째 둥이 낳고 두 해를 보낸 지금, 예전의 체력과 건강 상태를 회복했다. 몸이 돌아오니 정신이 따라온다. 진리다.


아이들을 낳아 온전히 나의 관심과 손길 안에서 키우는 전업 엄마의 삶을 오래전 많이 상상했다. 상상만큼 녹록치 않아도 꽤 만족스럽게 영위하고 있다. 아이들은 예쁘고, 남편은 다정하고,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양가 부모님, 동지애 저릿한 새로운 친구들도-


사람 마음은 간사하게도 그토록 바란 일상 가운데 문득 문득 딴생각에 빠져든다. 괜히 뾰루퉁해진다. 일하던 내가 그리울 때이다. 진저리치던 프로젝트 사방팔방 불려나가 미팅하던 거북목의 내가 그립다는게 일단 이미 진 느낌이다.


물론 전과 같이 전투적으로 나를 던질 엄두는 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은 새끼들 등에 엎어서라도 나갈 채비를 차린다. 얼마나 속이 탈지 불보듯 뻔하다만. 그게 꼭 전에만큼 빛나거나 빠르지도 않아도 실망하지 않을 준비를 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시작하라는 말. 아주 오래간만에 경단녀 마음에 용기와 의욕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이 바람과 오늘의 분위기를 잊지말자. 사십대에는 부디 내 일도 목표에 좀 넣어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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