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진남의 하루

by 순진한 앨리스

진남은 아침 7시가 되면 자동으로 눈을 뜬다.

알람은 필요 없었다. 그의 몸은 오랜 습관처럼, 정해진 시간에 맞춰 깨어났다.

작은 원룸의 창문 틈 사이로 희미한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물 한 잔을 마신 뒤 낡은 전기포트에 물을 올렸다.

커피는 늘 같은 브랜드의 믹스였다.

진남은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문 너머엔 오래된 골목과 빨래가 널린 베란다들, 그리고 출근길에 나선 사람들이 보였다. 그는 그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는… 저 흐름에 속해 있는 걸까.’

편의점 출근은 오전 9시. 진남은 늘 8시 40분쯤 집을 나섰다.

출근길은 짧았지만, 그는 일부러 느리게 걸었다.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작은 꽃집 앞을 지나고, 폐업한 문구점의 낡은 간판을 지나게 된다. 그리고 골목 끝쪽 편안한 편의점이 보인다.

‘편안한 편의점’ 여기가 진남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데다.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편의점이었다.

진남은 문을 열고 들어서며 조용히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사장은 고개만 끄덕였다.

진남은 출근부를 찍고,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진열대의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는 말은 없지만 손이 빠르고 정확했다.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음료 냉장고의 줄을 맞추고, 택배 물품을 분류했다.

손님이 들어오면 그는 조용히 계산을 도왔다.

아이들이 들어오면 사탕을 하나씩 건네며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어르신들이 무거운 짐을 들고 오면 말없이 문을 열어주고, 계산대까지 짐을 옮겨주었다. 사장은 가끔 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말은 없지만, 참 성실한 친구야.’

점심시간이 되면 진남은 편의점 뒤편 작은 창고에서 혼자 도시락을 먹었다.

오늘의 반찬은 김치와 계란말이, 그리고 어제 남은 멸치볶음. 그는 조용히 밥을 먹었다.

퇴근은 오후 5시.

진남은 유니폼을 벗고, 편의점 문을 나서며 사장에게 고개를 숙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사장은 짧게 대답했다.

“응 수고했어. 조심히 들어가.”

진남은 다시 느릿한 걸음으로 골목을 걸었다. 오늘은 왠지 집으로 바로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오랜만에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은 조용했다. 벤치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내던 진남은 저 멀리 혼자 땅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그는 그 아이를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5년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해바라기를 무척 좋아했던 작은 소녀.

그 아이는 늘 해바라기 핀을 머리에 꽂고, 해바라기 무늬 원피스를 입고 놀이터를 뛰어다 녔다. 그날의 기억은 따뜻했지만, 동시에 아팠다.

진남은 눈을 감고, 그 아이의 웃음소리를 떠올렸다.

‘그날… 내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해가 저물고, 진남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작은 방 안, 낡은 책상 위엔 해지가 남긴 듯한 해바라기 그림이 놓여 있었다.

그는 조용히 그림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해지야… 오늘도 너를 생각했어.”

방 안은 조용했고, 그의 하루는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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