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해바라기 공주와 그림자 기사

by 순진한 앨리스

그 아이를 만나건 5년 전. 그때는 별다른 알바, 일자리도 없이 놀이터로 벤치에 앉아 하루하루 멍하니 아이들을 바라보며 흘려보내던 시절이었다. 그들의 웃음, 장난, 그리고 방심. 그는 그런 순간들을 조용히 바라보며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에게 아이들은 자신이 잃어버린 무언가를 떠올리게 했다. 어릴 적, 아무도 자신을 바라봐주지 않았던 시간들. 그는 그 외로움을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되새겼다. 그때 한 소녀가 말을 걸어왔다.
노란 곱슬머리에 해바라기 핀을 꽂고, 해바라기 무늬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진남은 깜짝 놀라 그 아이를 바라봤다.
"아저씨, 이거 줄게. 이 사탕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 아이의 손에는 초콜릿 사탕이 하나 있었다. 진남은 놀란 듯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사탕을 받았다.
"고마워..."
"아저씨, 나는 해지. 다음에 또 봐~”
그리고 해지는 놀이터를 빠져나갔다.
진남은 그 아이를 처음 본 순간, 왠지 모르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해지의 눈빛엔 외로움이 있었고, 그 외로움은 진남에게 동병상련처럼 느껴졌다.
그날 이후, 진남과 해지는 종종 놀이터에서 만났다. 모래성을 쌓고, 나뭇잎을 모아 왕관을 만들고, 진남은 해지와 함께하는 시간이 단순한 놀이 그 이상이라는 걸 느끼고 있었다. 해지는 진남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진남은 해지에게서 자신이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따뜻함을 되찾는 기분이었다.
‘이 아이는… 나에게 친구가 되어줬다.’
해지는 단순한 아이가 아니었다. 진남의 어둠 속에 들어온 작고 따뜻한 빛이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둘은 모래성을 쌓고 있었다.
해지는 진남에게 말했다.
“이건 우리 성이야. 나는 해바라기 공주고, 아저씨는… 음, 해 그림자 기사!”
진남은 웃으며 말했다.
"너는 해바라기가 그렇게 좋아?
해지가 조그마한 입술을 움직이며 말을 했다.
"응.. 좋아해.. 밝아서."
그 별명은 왠지 마음에 들었다.
그때였다. 놀이터 입구 쪽에서 누군가 진남을 불렀다.
“야, 진남아!”
그는 진남이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형이었다.
동네에서 질 나쁜 사람으로 소문났던 인물. 도박, 사기, 그리고 어두운 거래들.

진남은 그와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어릴 적부터 이어진 인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형은 해지를 힐끔 바라보며 진남에게 다가왔다.
“요즘은 뭐… 애들이랑 놀고 다니냐?”
형은 웃으며 말했다.
그 웃음은 어딘가 불쾌했고, 진남은 대답을 하지 않고 해지의 손을 무심코 감싸 쥐었다.
“친구예요. 저 해지예요.”
형은 잠시 진남이와 해지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큰 소리로 웃었다.
"이야~ 이제 진남이도 친구가 생긴 거야? "
하며 더 큰소리로 웃었다. 그 웃음은 비웃음처럼 들렸고, 진남의 마음엔 묘한 파문을 남겼다.
형은 한번 해지를 바로 보고는 얘기했다.
“그럼 친구랑 자~알 놀고, 나중에 연락하마.”
그리고 놀이터를 가로질러 사라졌다. 진남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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