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 진남은 평소보다 일찍 잠이 들었다.
그날은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했고, 해지와 함께했던 놀이터의 기억이
따뜻하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밤늦게, 휴대폰 벨소리가 그의 잠을 깨웠다.
‘누구지… 연락 올 사람이 없는데…’
화면을 보니, 저번에 놀이터에서 마주쳤던 철진이 형이었다.
“너 어디냐? 나 좀 잠깐 보자.”
진남은 망설이다가 초등학교 옆 놀이터로 향했다.
그곳엔 철진이 벤치에 앉아 있었다.
늦은 밤, 가로등 불빛 아래 그의 그림자는 길게 늘어져 있었다.
진남은 조용히 다가가 그 옆에 앉았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할 말이 뭔데?”
철진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야, 너 그 꼬맹이랑 친하지? 그 집 좀 사는 거 같던데… 부모도 바빠 보이고."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무슨 말이야.”
철진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며 말했다.
“그 꼬맹이, 잠깐 데려오면 돼. 놀이터에서 데리고 나가면 끝이야.
부모한테 연락해서 돈 좀 뜯어내고, 너도 한몫 챙겨 줄게.”
진남은 말없이 철진을 바라봤다.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해지는… 내 친구야.' 하지만 철진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 친구 좋아하시네 뭔 어린애랑 친구야. 다 필요 없고 너도 돈 필요하잖아. 지금 하는 일도 없고 이참에 제대로 한건 하자."
진남은 조용히 말했다.
“됐어. 그런 이야기라면 더 들을 필요 없어. 그리고… 그 애한테 손대지 마.”
철진은 웃음 띤 얼굴로 장난스럽게 진남을 바라보고 말했다.
“오~ 김진남 그새 많이 변했네. 알았어 걱정 마 안 할게 인마.”
그리고 그는 조용히 놀이터를 떠났다.
진남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철진이 안 한다는 말은 했지만 진남은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밤공기는 차가웠고, 놀이터는 고요했다. 그는 벤치에 앉아 해지가 건넸던 초콜릿 사탕을 떠올렸다.
‘그 아이는… 나에게 처음으로 따뜻함을 준 사람이야. 절대… 그렇게 두지 않을 거야.’
다음날 진남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르 마치고 빨리 놀이터로 달려갔다.
그곳엔 평소처럼 해바라기 원피를 입은 해지가 모래성 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진남은 휴~안심의 한숨을 쉬었다.
"해지야?"
"응 아저씨 왔어? 나 먼저 성을 만들고 있었어."
해맑게 웃는 얼굴로 해지가 말을 했다.
"잘 만 들었네. 해지야, 근데 오늘 무슨 일 없었어? 누가 같이 가자고 한다든지, 모르 는 사람이 말을 건다든지..."
해지는 골똘히 생각을 하고는 대답했다.
"응, 없었어. 근데 왜 그런 걸 물어?"
진남은 당황해하면서 아무 일 아닌 듯 둘러 댔다.
진남은 조금 안심이 되었다. 당장은 철진이 형이 무슨 일을 저지르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편엔 여전히 불안이 남아 있었다.
'지켜야 해. 이아이는... 나에게 빛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