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진남의 불안과 안도

by 순진한 앨리스

며칠 후, 진남은 평소보다 일찍 잠이 들었다.
그날은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했고, 해지와 함께했던 놀이터의 기억이
따뜻하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밤늦게, 휴대폰 벨소리가 그의 잠을 깨웠다.
‘누구지… 연락 올 사람이 없는데…’
화면을 보니, 저번에 놀이터에서 마주쳤던 철진이 형이었다.
“너 어디냐? 나 좀 잠깐 보자.”
진남은 망설이다가 초등학교 옆 놀이터로 향했다.
그곳엔 철진이 벤치에 앉아 있었다.
늦은 밤, 가로등 불빛 아래 그의 그림자는 길게 늘어져 있었다.
진남은 조용히 다가가 그 옆에 앉았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할 말이 뭔데?”
철진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야, 너 그 꼬맹이랑 친하지? 그 집 좀 사는 거 같던데… 부모도 바빠 보이고."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무슨 말이야.”
철진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며 말했다.
“그 꼬맹이, 잠깐 데려오면 돼. 놀이터에서 데리고 나가면 끝이야.
부모한테 연락해서 돈 좀 뜯어내고, 너도 한몫 챙겨 줄게.”
진남은 말없이 철진을 바라봤다.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해지는… 내 친구야.' 하지만 철진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 친구 좋아하시네 뭔 어린애랑 친구야. 다 필요 없고 너도 돈 필요하잖아. 지금 하는 일도 없고 이참에 제대로 한건 하자."
진남은 조용히 말했다.
“됐어. 그런 이야기라면 더 들을 필요 없어. 그리고… 그 애한테 손대지 마.”
철진은 웃음 띤 얼굴로 장난스럽게 진남을 바라보고 말했다.
“오~ 김진남 그새 많이 변했네. 알았어 걱정 마 안 할게 인마.”
그리고 그는 조용히 놀이터를 떠났다.
진남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철진이 안 한다는 말은 했지만 진남은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밤공기는 차가웠고, 놀이터는 고요했다. 그는 벤치에 앉아 해지가 건넸던 초콜릿 사탕을 떠올렸다.
‘그 아이는… 나에게 처음으로 따뜻함을 준 사람이야. 절대… 그렇게 두지 않을 거야.’

다음날 진남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르 마치고 빨리 놀이터로 달려갔다.

그곳엔 평소처럼 해바라기 원피를 입은 해지가 모래성 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진남은 휴~안심의 한숨을 쉬었다.

"해지야?"

"응 아저씨 왔어? 나 먼저 성을 만들고 있었어."

해맑게 웃는 얼굴로 해지가 말을 했다.

"잘 만 들었네. 해지야, 근데 오늘 무슨 일 없었어? 누가 같이 가자고 한다든지, 모르 는 사람이 말을 건다든지..."

해지는 골똘히 생각을 하고는 대답했다.

"응, 없었어. 근데 왜 그런 걸 물어?"

진남은 당황해하면서 아무 일 아닌 듯 둘러 댔다.

진남은 조금 안심이 되었다. 당장은 철진이 형이 무슨 일을 저지르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편엔 여전히 불안이 남아 있었다.


'지켜야 해. 이아이는... 나에게 빛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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