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골목 끝, 진남을 향한 발걸음

by 순진한 앨리스

며칠 후, 리원은 다시 도서관을 찾았다.
해지의 사고에 대한 기록을 더 깊이 파고들기 위해 지역 신문 아카이브와 경찰 접수 기록을 뒤졌다. 그녀는 2020년 6월 성원 시 은수동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 관련 기사들을 하나씩 확인했다. 그중, 한 기사에 눈이 멈췄다.

“은수동 어린이 교통사고… 10세 여아 숨져”
당시 피해 아동은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사고 직전 현장에서 한 남성이 도주한 것을 보았다고 했다.
목격자는 ‘진남’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며, 고인인 아이와 친분이 있었고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리원은 숨을 멈췄다.
‘진남…?’
그 이름은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해지와 친분이 있다. 그리고 ‘쫓기고 있었다’는 단서. 리원은 복사본을 챙기며 생각했다.
‘그 남자… 해지와 어떤 관계였던 걸까?’
그날 밤, 그림 속 해지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 눈빛은 어딘가 더 간절해 보였다. 리원은 조용히 속삭였다.
“진남이라는 사람… 그가 너와 함께 있었던 거 맞지? 그 사람을 찾아볼게.”
그림은 말이 없었지만, 조금 흔들리는 듯 한 느낌이었다.
리원은 오래된 사고 기록 속에서‘진남’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다.
해지와 함께 있었던 마지막 인물. 사고 직전, 현장에 있던 남자.
리원은 오래된 사고 기록을 품에 안고, 어둑한 골목을 천천히걸었다. 가을비가 흩뿌리는 저녁, 거리의 불빛은 흐릿했고, 사람들의 발걸음은 바빴다. 하지만 리원은 그 흐름과 반대로, 과거를 향해 걷고 있었다.

사고 현장 사거리, 은수동의 작은 카페 앞에 멈춰 선 리원은

점원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혹시… 몇 년 전 이 근처에서 사고가 있었던 거 기억하시나요?

그때 CCTV 기록이 남아있을까요?”

점원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저었다.

“오래돼서 기록은 없어요. 근데 그 사건은 왜 물으시는 거예요?”

리원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아이 때문에요. 그때 목격자가 있었던 걸로 아는데… 진남이라는 분이요.”

점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맞아요. 진남 씨가 경찰 조사받았었죠.”

“잘 아시는 분이세요?”

“잘 안다고 하긴 어렵고… 그냥 동네 사람이라서 안면은 있죠.”

“혹시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점원은 창밖을 가리켰다.

“저 골목길 끝에 있는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리원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카페 문을 나서는 순간, 리원의 가슴은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진남이라는 이름. 해지의 사고를 목격한 인물.

그를 만나면, 해지의 억울한 실마리를 풀 수 있을까?

리원은 쿵쾅거리는 심장을 가다듬으며 편의점 간판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었지만, 눈빛은 단단했다.

‘해지야… 이제 곧, 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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