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버킷랩 Jan 23. 2019

테세우스와 5인의 악당

심리학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김상준

1.

안녕하세요, 버킷랩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김상준’ 박사님의 ‘심리학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입니다.

2.

이 책은 버킷랩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 한주한권에서 오십두번째로 함께 읽는 책입니다. 이로써 총 15,800(+304)페이지째 함께 읽게 되었네요.

3.

여러분께도 언젠가 한번 쯤 전체 시리즈를 다 읽고 싶은 책이 있으신가요? 저는 [토지], [삼국지], 그리고 이번에 함께 읽은 책의 소재인 [그리스로마신화]를 죽기 전에 다 읽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데요. 아직 시작도 못해서 과연 언제쯤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전체 시리즈를 처음부터 시작할 엄두는 나지 않지만 [그리스로마신화] 같은 경우에는 이 신화를 모티프로 한 해석 단행본도 많고, 단편적인 2차 창작물도 많아서 종종 관련 된 책이나 영화를 보고는 하는데요. 이번에 함께 읽은 이 책은 고전인 [그리스로마신화] 를 신경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정신과적으로 신화 속 인물들의 마음과 에피소드의 설정들을 해석했다는 것이 특이점 입니다.

이 책은 총 10가지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 인물별로 각기 다른 심리 키워드를 잡고 있습니다.

4.

예를 들면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의 딸이자 지옥의 신 하데스에게 납치된 페르세포네의 에피소드에서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에 촛점을 맞춰 [의존과 독립]에 대해 이야기하고, 

페르세우스를 이용해서 머리카락이 무수한 뱀인 괴물 메두사를 죽인 아테나의 에피소드에서는 아테나의 [소유욕과 정체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5.

이번 리뷰에서는 많은 인물 중에서도 [테세우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은데요. 책을 안 읽으신 분들을 위해서 테세우스의 에피소드를 먼저 간략히 이야기해보려합니다.

아테네에는 아이게우스라는 왕이 있었는데요, 그에게는 큰 고민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왕위를 물려줄 후계자가 없다는 것이었는데요. 호시탐탐 왕좌를 노리는 이복동생 팔라스에게는 오십명이나 되는 아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의 시름은 더더욱 심했죠.

조언을 얻기 위해 델포이의 신탁에 찾아간 아이게우스는 신탁의 무녀로부터 “아테네에 도착할 때까지 절대로 포도주가 담긴 가죽 부대의 마개를 열지 마시오.”라는 신탁을 받지만 해석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이게우스의 친구이자 트로이젠의 왕인 피테우스는 이 신탁이 아이게우스에게는 아들이 생길 것이고, 그가 아들이 될 것이라는 뜻임을 눈치채게 됩니다. 그리고 본인의 자손을 아테네의 왕으로 만들기 위해 포도주를 실컷 먹고 취해있는 아이게우스와 자신의 딸 아이트라와 하룻밤을 보내게 합니다.

아이트라는 곧 임신했고, 아이게우스도 이 사실을 알게 되었죠. 그는 자신의 왕좌를 노리고 있는 이복동생 팔라스 때문에 아이트라 곁에 오래 머물 수 없었습니다. 대신 아이트라에게 아이가 태어나서 성인이 되면 자신이 바위 밑에 묻어 둔 칼과 신발을 가지고 아테네로 보내라고 말합니다.

여러분이 예상하시듯이 아이게우스와 아이트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바로 [테세우스]이고, 성인이 된 [테세우스]는 아버지가 계신 아테네를 향해서 모험을 하면서 무려 5명의 악명높은 살인마 악당을 만납니다.

6.

저자인 김상준 박사는 테세우스가 5명의 악당을 물리치고 아테네로 향하는 과정을 한 인간이 성장하면서 의식화되는 과정에 빗대어 설명하는데요.

악당들이 사람들을 죽이는 방법은 테세우스, 그러니까 넓게는 인간 안에 내재되어 있는 무의식의 원형적인 모습들이며, 그런 악당을 물리치는 테세우스는 무의식을 의식적으로 가다듬는 인간의 성장 과정이라는 것이죠.

테세우스가 어떻게 무의식을 성장시켰는지 하나씩 살펴볼까요?

6.

테세우스가 처음으로 만난 악당은 [페리페테스] 였습니다. 그는 숲에 숨어있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커다란 곤봉으로 두드려 죽이는 것으로 유명했는데요. 테세우스는 자신 앞에 나타난 페리페테스의 곤봉을 재빨리 빼앗고, 페리페테스가 사람을 죽였던 방법으로 페리페테를 죽였습니다. 이 후 곤봉은 테세우스를 상징하는 물건이 되기도 하는데요.

저자는 곤봉으로 사람을 때려죽이는 페리페테스를 테세우스 안에 내재된 무자비한 폭력성에 빗대고 있습니다.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곤봉을 빼앗아 본인의 통제 안에 두었다는 것은 인간안에 내재된 폭력성을 성숙한 인간이라면 통제할 수 있는 것을 표현한다고 말입니다.

7.

두번째로 만난 악당은 [시네스]였습니다. 시네스는 두 그루의 소나무를 휘어서 그 사이에 행인을 묶어두고 두 소나무를 이어주던 끈을 끊어서 행인의 사지를 찢어죽이는 아주 잔인한 방법으로 살인을 하고 있었죠. 물론 영웅인 테세우스는 도움을 청하며 접근하는 시네스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보고, 오히려 시네스를 소나무 사이에 묶어 그가 행했던 방법으로 사지가 찢어 죽게 만듭니다.

저자는 이 에피소드에서 꼿꼿이 서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상태인 소나무가 억지로 휘어져있다는 점이 어린 시절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의 과도한 통제로 인한 억압을 상징한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모나 다른 어른들이 세워놓은 기준에서 벗어나서 자신만의 기준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요. 소나무를 억압한 끈을 끊어버림으로써 테세우스가 지나친 자기통제에서 벗어났다는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겠네요.

8.

세번째로 만난 악당은 [스키론]이었는데요. 스키론은 지나가는 행인을 상대로 강도짓을 하고나서, 행인에게 절벽을 등지고 자신의 발을 닦게 하다가 마지막에는 행인을 발로 차서 절벽 아래로 떨어뜨려 죽이는 악당이었습니다. 스키론과 마주친 테세우스는 역시 단번에 그의 정체를 알아보고 그가 자신의 물건을 빼앗고, 발을 닦는 일을 시키도록 유도했다가 발을 닦는 과정에서 그를 잡아채 절벽 아래로 떨어뜨려 버립니다.

저자는 처음에는 순응하는 척 했다가 이후에는 스키론을 떨어뜨린 테세우스의 행동이 무의식적으로 존재했던 지나친 수동적 태도나 복종욕구, 순응에 대한 욕구를 깨버리고 능동성을 회복하는 과정이라 풀이하였습니다.

9.

네번째로 만난 악당은 [케르키온] 이었는데요. 케르키온은 힘이 매우 쎄고 레슬링의 고수라 지나가는 행인을 번쩍 들어 내팽개치는 방법으로 살인을 하였죠. 테세우스도 케르키온 못지 않게 힘이 쎘지만 무엇보다 평소에 갈고 닦은 레슬링 기술이 출중해서 케르키온 역시 단번에 재압하여 죽일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테세우스가 케르키온을 죽일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테세우스가 평소에 꾸준히 레슬링 기술을 연마했다는 점이라는데에 주목해서, 무의식적인 것, 선천적인 것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원칙과 훈련을 통해 갈고 닦는 것이 성장하는 과정에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10.

마지막으로 만난 악당은 악당의 이름보다도 악당의 침대가 아주 유명한데요. 바로 자신의 침대의 길이에 맞춰 행인을 자르거나 늘려서 엽기적으로 죽였던 [프로크루스테스]입니다. 테세우스를 만난 날에는 본인이 그 침대에 눕게 되지만 말이죠.

저자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인간의 아집과 편견을 상징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기준을 절대적으로 삼아 세상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프로크루스테스를 죽임으로써 테세우스는 그가 가진 아집과 편견의 세상을 깨버리는 것입니다.

11.

이번에 소개해드린 테세우스와 다섯 악당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그리스로마신화는 서사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신화인만큼 에피소드의 설정 구석구석에 문화적 원형이 되는 해석들이 많아서 미술작품처럼 알고 볼수록 더욱 재밌는 것 같습니다.

신화 속 인물들의 인간적 심리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를 주는 책, 김상준 박사의 심리학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였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과학의 태도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