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강, 올리버 색스
1.
안녕하세요, 버킷랩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올리버 색스’ 의 ‘의식의 강’’ 입니다.
온라인독서모임 시즌1인 [한주한권]을 마무리 짓고, 이번 리뷰부터는 시즌2 [두주한권]의 에피소드로 진행됩니다. 조금 더 도전적이고 다양한 책들로 채워나갈 생각이니 지금처럼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의식의 강]의 저자인 [올리버 색스]는 [의학계의 음유시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만큼, 자신의 전문지식을 대중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한 책들을 많이 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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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의학 박사인만큼 특히 뇌과학과 연계하여 편두통과 같은 특정 질환에 관한 에세이에서부터, 뇌신경이 손상된 사람들의 사례를 모아둔 책까지 [뇌]에서 [신경], 그리고 [기억]에서 [심리적 변화]로 까지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는 신경과학에 관심있는 많은 대중들에게 많은 재미를 주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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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그의 많은 책들이 번역되어있는데 그 중에서도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환자들의 에피소드의 모음집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 참에 올리버 색스의 책을 읽어보시려 하신다면 좋은 첫 책이 될 것입니다.
3.
이번에 함께 읽게 된 이 책 [의식의 강]은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그가, 암 진단을 받은 뒤 써내려간 유작입니다. 저자가 죽은 뒤 책을 엮은 그의 연인 [빌 헤이스]는 암 진단 후 에세이를 써내려가는 올리버 색스의 모습을 보며 [원기에 가득차 있었다]라고 표현했는데요.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평생에 관심사이던 [기억]과 [과학]에 대해서 마무리짓는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상상하기는 어렵지만, 왜인지 슬픔보다는 기쁨이 크고, 여느 때보다 열정적인 이야기들을 적어낼 수 있었을거라는 생각이듭니다.
4.
유작이라면 자신의 한 평생을 마무리 짓는 글이니 오롯이 자신이 가졌던 의문과 그에 대한 나름의 결론으로 매우 주관적인 글을 써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법도 한데, 올리버 색스의 [의식의 강]은 그렇지 않습니다.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이 무엇보다 애정있게 관찰했던 대상이 식물이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부분이나 본래 의학도인 만큼 생리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했던 프로이트가 눈에 보이지 않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무의식’에 관해 생각의 꼬리를 트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 논리정연한 의학과 과학의 전문가가 어떻게 망각을 통해서 더 창조적인 형태로 나아가게 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 등을 읽고 있으면 오히려 이 책이 그의 유작이 아니라 아주 호기심 왕성한 젊은 청년의 열정적인 일기를 엿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5.
특히 저는 저자가 [모방과 창조]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적은 문장이 상당히 인상깊었는데요.
161-162p.p
나는 글을 쓸 때 때때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생각들이 저절로 체계가 잡히고, 즉석에서 적절한 단어들로 자신을 포장하는 것을 느낀다. 나는 그럴 때마다 나의 성격과 신경증을 상당 부분 우회하거나 초월할 수 있다고 느낀다. 그 상태의 나는 내가 아닌not me 동시에 나의 가장 내밀한 부분innermost part이며, 최상의 부분the best part임에 틀림없다.
인간과 인간의 사고능력에는 모방과 망각이라는 취약점이 있지만, 그 또한 아름다운 시스템의 일부로써 작용하며, 아주 유동적이고 자유로운, 무아지경의 의식을 즐기고 느낄 수 있는 존재로 만든다는 그의 생각에서 인간을 비롯한 살아 움직이는 것들에 대한 다정한 그의 눈길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취약점을 통해 한 개체에 한계를 부여하기 보다는 오히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미완의 자유로움을 주는 것처럼 위로가 되었다고 할까요!
6.
얼마 전 입춘을 넘겼는데요, 겨울이 지고 봄이 오면서 변화하는 자연과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더욱 즐거우 실 거라 생각됩니다. [올리버 색스]의 [의식의 강]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