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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 in Oct 22. 2023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교사의 일상과 삶


넷플릭스에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원제: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를 봤다. 



영화에 대한 나의 한줄평은 다음과 같다.



'어지럽고, 산만한, 정신없는 우리 삶(일상)에 대한 일종의 선문답'



그렇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방법론적으로 우리 삶의 '정신없음'을 그대로 표출하는 동시에, 의미론적으로도 그 '정신없음'에 대한 잠정적인 해결책까지 내놓고 있다.







결론: (이 엉망진창인 세상) 어찌될 지 모르니, 친절해라!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감독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출연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제이미 리 커티스개봉2022. 10. 12.





포스터는 또 어떠한가.



포스터는 이 영화의 정체성을 여지 없이 나타내고 있다.



인도의 만다라를 연상시키는 상하좌우 대칭형 프렉탈 







© shinonk, 출처 Unsplash







조금씩은 다르지만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 치여 나라는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는 삶을 표현한 듯 싶다.






교사는, 더 엄밀히는 초등학교 교사는 '매순간, 모든 것을 한꺼번에 수행'해야한다. 그래서 그들이 신봉하는 신(교대신)도 이런 그들의 삶과 닮아있다.










인도의 어떤 신을 닮았다. 두 번째 오른손의 플로피디스크를 보아 이 그림이 창작된 시기를 짐작할 수 있다.(작가미상,출처 구글이미지)






작가가 알려지지 않은 이 작품(?)에서 나는 교사들의 '절망'을 읽는다.(이 글에서의 '교사'는 교대를 졸업한 초등학교 교사를 말한다.)




신은 인간과 다르게 '전지(omniscience)', '전능(almighty)'하며 '모든 곳(omnipresence)'에 있다. 



만약 교대신이 존재한다면(교육에서 특히, 예술교육에서 이런 as ~if 질문은 중요하다!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겠다), 



한 반에 아이들이 몇 명이든, 교대신은 그 모든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한시(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 해줄 수 있다.



'여기서 수학익힘책을 풀어주면서, 저기서는 바닥에 흘린 우유를 치울 수 있으며, 교무실에서 걸려 오는 전화를 받으며, 오전까지 보고해야하는 공문을 처리하면서, 알림장까지 여유롭게 쓸 수 있다.



그녀 혹은 그는 신이기 때문에 (혹은 손이 열 개도 넘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한퀴에 해결된다.



그러나 평범한 인간인 일반 선생님들은 그럴 수 없다. 



그래서 많은 교사들이 하루를 절망('서른 명이 가까운 아이들을 어찌 다 보살피옵니까')으로 시작해 안도('오늘도 다행히 아무일도 없었음에 감사합니다')로 마무리하고 불안('내일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을 안고 잠자리에 든다.






'교대신'은 '매순간, 모든 것을 한꺼번에 수행'해내지 못하는 교사들의 고충 혹은 절망을 담고 있다.  






이제는 위 교대신에게 플로피 디스크 대신, 태블릿이 들려있으며, 눈에는 VR기기인 오큘러스 퀘스트2를 씌워야 할 판이다. 








© nampoh, 출처 Unsplash







아차, 이제는 한가하게 배구공이나 튕기고 피아노 건반을 두드릴 시간이 없다.



'행정업무경감'이라는 말은 어느새 '행정업무정상화'로 둔갑되어 교사가 수업이 아닌 행정업무를 하는 게 정상인 것처럼 되었다. (이 부분은 정성식 선생님의 '같이 읽자 교육법!'의 논의를 참고하였다. 관심이 생기신 분들은, 교육관련인이 아니더라도 일독을 권한다. 제대로 된 법과 시행령이 왜 필요한지 알 수 있다.)





       


        같이 읽자 교육법 법을 알 - 정성식저자미등록출판에듀니티발매미등록





 기본 업무인 학생지도에도 손발이 묶인 교사들에게,



 '교대신'도 모자라, 'neo-교대신'(AI와 코딩능력, 그리고 점점 늘어가는 행정업무)이 되길 바라는 법령과 정부 부처들의 법률만능주의와 행정편의는 논외로 하더라도,



우리 사회는 교사들에게, 그리고 학교에 호의적이지 않다. 



그동안 친절하지 못한 학교와 교사들에 대한 앙갚음이라도 하듯, 학교 혹은 교사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말그대로,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이제는 핸드폰 번호를 공개하지 않지만, 몇 년 전까지만해도 밤 늦은 시간, 아침 이른 시간할 것 없이 교사들은 이 비수를 온 몸으로 맞아가며아이들을 가르쳤어야 했다. 



개인번호를 알려주지 않고 메신저를 통해 특정한 시간에만 소통이 가능한다하더라도 이러한 비수가 없어지지 않았다.



다만, 비수가 잠들어 있다가 출근시간이 되면 날아왔다.



대개의 경우가 사실상 안부인사를 흉내낸 '민원'이거나, 급박하게 아이를 보내지 못할 것 같다는 결석'통보'다. (물론 그렇지 않은 학부모들도 있다.)






젊은 교사들 사이에서 교원노조에 가입하는 추세가 눈에 띄게 늘었다.



내가 초임이던 10여년 전에는 선배가 강요하지 않는 이상, 교원노조에 가입하는 것은 생소한 일이었다. 



(승진에) 뜻이 있는 사람이거나, 정말 (교육혁신에) 뜻이 있는 사람들이 한국교총 혹은 전교조에 가입했다.



이와 함께, 교직원 대상 보험 가입도 2022년 기준으로 7000명 이상이 가입했다고 한다.






            


        교총·전교조 대신 교사노조 선택하는 MZ교사들뉴스내용[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교사들이 만든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창립 5년여 만에 가입 조합원 수 4만명을 넘어서며 주목을 끌고 있다. 교사노동조합연맹 연령대별 가입자 현황. (그래프=이데일리 이미나 기자)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교사노조의 조합원 수는 4만5098명으...출처이데일리






두려움을 느낄 때, 위협을 예측할 때 모이는 건 동물 뿐만이 아니다.



사람도 동물이다.



교사도 사람이다.



교사들로 하여금 교실에 서는 것이 두렵게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도 ‘모든 것을(에브리씽), 어디서든(에브리웨어), 동시에(올 앳 원스) 수행 혹은 처리’해야만 하는 그들의 삶의 현장이



그들을 집어삼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에서 투바키 조부가 만든 '블랙홀'처럼 말이다.














오늘의 교훈


Please, be kind. Especially when we don't know what's going on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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