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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 in Oct 22. 2023

엉덩이를 떼라!

엉덩이 공부법에 반대합니다


유퀴즈에서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님이 나와서 서울대 학생들의 공부방법을 소개한적이 있다. 



이른바 '엉덩이 공부법'





            


        '유퀴즈' 신종호 교수 "서울대생 공부법, 한마디로 말하자면…"뉴스내용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화면 ‘유퀴즈’ 신종호 교수가 서울대생의 공부법을 소개했다. 7일 오후 방송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는 서울대 교육학과 신종호 교수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신 교수는 MC 유재석이 서울대학교 학생의 공부 방법에 관해 궁금해하자, “서울대생...출처세계일보




교육심리학자인 그는 역시 학자답게 레퍼런스도 제시한다.






공부를 잘하려면  필요한 시간이 있고,  그 시간에 맞는 투자를 해야한다.




스탠포드대학교 캐롤 교수






어떤 맥락에서 나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우리나라 입시경쟁의 맥락에서는 '엉덩이'로 하는 공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말 맞는 말이다!



고등학교 때 한 친구가 있었다. 전교1등을 놓치지 않던 친구였고, 서울대를 졸업해 지금은 법조인으로 활동 중인 친구다. 부모님들끼리 친해서 같은 학원을 다녔고,  같은 독서실을 다녔다. 어느날 하루도 빼놓지 않고 독서실에 출근도장을 찍던 그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다. 그 다음날에는 학교에도 오지 않았는데 정말 의아했다. 자살이다. 아니다. 갑론을박이 무르익을 때즈음 그 친구가 학교에 왔다. 아무리 물어도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왜 입시가 6개월도 안남은 이 시점에 학교도, 독서실도 오지 않았는지.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다. 그 친구는 욕창 수술을 했다고 했다. 



욕창?!






우리 몸의 어느 부위든 지속적인 또는 반복적인 압박이 주로 뼈의 돌출부에 가해짐으로써 혈액순환이 잘 안 되어 조직이 죽어 발생한 궤양(염증이나 괴사로 인해 그 조직표면이 국소적으로 결손 되거나 함몰된 것)을 욕창이라고 한다. 이러한 증상의 공통적인 원인이 압박인 탓에 보다 적절하게는 압박궤양이라고 부른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독서를 사랑한 세종대왕의 사인에 대한 여러가지 설 중에 하나로 알려진 바로 그 '욕창'이었다. 지속적인 압박에 의한 신체 조직의 괴사.



그렇다. 이 정도면 증명된 셈이다. 공부는 정말 엉덩이로 하는 것이었다. 



사실 '엉덩이공부법'은 우리나라 대입경쟁史에 빼놓지 않고 등장했던 공부법 중 하나다. 3당 4락, 4당 5락 등의 줄임맘들에서 절대적인 공부시간이 학업성취에 미치는 정적 상관관계에 대해서 누구나 알고 있다는 말이다.








© jessicalewiscreative, 출처 Unsplash







나도 어린시절 아버지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실천해서 어느정도의 성취를 이룬 것은 부정하지 못한다. 그러나 사회인이 된 지금 이 공부법이 처세술이나 삶의 전략이 될 수 없음을 서서히 느껴간다.



나의 아버지는 공학박사다. 누구보다 공부를 열심히 했고, 그 열심을 평생한 사람이다. 의학적으로 말하자면, 둔부의 조직이 누구보다 많이 압박을 받아 괴사되었던 사람들 중 한 명이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 이런 나의 아버지도 환갑이 넘고 은퇴를 했다. 하지만 그의 생활은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그의 시선은 모니터 아니면 책, 둘 중 하나에 꽂혀있다. 등산을 권하고, 소일거리를 권해보지만, 여전히 그는 그만의 연구에 골몰해있다.



현대인의 삶은 끊임없는 공부의 연속이다. 말 그대로 평생학습과 평생교육의 시대다. 매순간 변화하는 세상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또는 나라는 인간을 잘 이해하고 타인과 세상과 조화롭게 잘 살기 위해서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100% 동의한다. 그러나 삶의 지혜는 책 속에만 있지 않다. 오히려 진짜 지혜는 후미진 길가에 있고 모르는 장소에, 혹은 낯선 사람에게서 왔다.








© 4x4_touring, 출처 Unsplash







나의 아버지는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한다. 낯선 곳으로 여행갈 때면 전날 두 시간을 들여 네비게이션으로 모의주행을 해본다. 피가 어디갈까. 나 역시도 마찬가지. 그나마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게 되며 이런 성향이 조금 변화되었다.



나의 아내는 가벼운 사람이다. 입이? 물론 아니다. 아버지나 나에 비해 가볍다는 말이다. 엉덩이가. 여기서 엉덩이는 신체부위를 뜻하지 않는다. 그녀의 실행력과 활력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아버지와 내가 책으로 무언가에 대한 정보를 얻고 삶에 대한 통찰을 얻을 때 아내는 그냥 자신을 세상에 내맡긴다. 후에 깨달았다. 백문이불여일견. 내가 한참 책을 읽고 얻어낸 통찰은 그녀의 일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백문, 백번 듣고 읽었다한들


일견, 한번 직접 해보고 가보고 한 것에 미치지 못한다.



엉덩이를 떼라!



나의 신년목표이기도 하고, 삶의 모토로 정할만 하다. 



최근에 출판된 책에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가 나온다한다. 신년 첫 책으로 독서목록에 올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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