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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 in Oct 22. 2023

보통집 첫째아들이 본 재벌집 막내아들

교육의 불평등을 말하다


최근들에 'Binge watching' 즉 몰아보기하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장안의 화재, '재벌집 막내아들'이다. 이 드라마의 화제성은 시청률이 증거한다.






            


        '재벌집 막내아들' 시청률 24.9%…'스카이캐슬' 제치고 JTBC 2위뉴스내용순양그룹 일가 승계 싸움 본격화…15·16회는 24·25일에 방송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JTB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매주 인기가 치솟고 있는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시청률이 25%에 육박했다. 19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출처연합뉴스





24.9%



20여년전 드라마 '모래시계'의 최고 시청률이 64%였던것에 비해서는 40%가량 낮은 수치다. 그러나 20여년전의  TV 시청환경과 지금의 그것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채널 자체의 숫자는 말할 것도 없고, 이제  OTT 자체 제작한 드라마, 거기에 웹툰과 웹소설들까지 합세해 가히 '내러티브의 홍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스카이 캐슬'을 제치고라는 말을 보았을 때, '재벌집 막내아들'이 보여주는 한국사회의 단면들이 보다 다양하고 보다 심각함을 알아챌 수 있었다. 








스카이캐슬의 시청률(출처:네이버 검색)







재벌집 막내아들 시청률(출처: 네이버 검색)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한국사회의 가혹한 교육현실과 상류층의 일그러진 욕망에 대해서만 다뤘다면, '재벌집 막내아들'은 한국의 근현대사 전반에 걸쳐 기업경영자(환생한 진도준)와 일반 서민(환생 전 윤현우)의 시선을 대비시키며 인간 삶의 다양한 조건과 그 격차를 보여준다. 






            


        [영상으로 읽는 경제]남일 아닌 '스카이캐슬' 교육열…양육비 3억 이상뉴스내용JTBC드라마 '스카이캐슬'의 김주영(김서형 분). 사진=스카이캐슬 캡처. ⓒ 뉴스1(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어머니,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예서의 성적은 전적으로 저한테 맡기시고, 어머니는 그저 예서의 건강만 신경써주십시오."JTBC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딸 예서의 의대 입시를 위해서라...출처뉴스1





'스카이캐슬'이 빼빼로라면, '재벌집 막내아들'은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다. 오늘 다루고자 하는 주제인 '교육의 불평등'부터 시작해서, 한국의 각종 사회, 정치, 경제 문제가 총망라되어 있다. (너무 오래된 비유라서 자료사진을 첨부한다. 그마저도 자료가 없어 최근 레트로 열풍으로 재 출시된 세트사진이다.)






            


        롯데제과, '햇님과자세트'로 떠나자! 추억의 시간 여행뉴스내용롯데제과, 레트로 '햇님과자세트' 선봬60~70년대 유행하던 '뱀주사위놀이' 들어있어롯데제과, '햇님과자세트'<사진제공=롯데제과> 추억의 과자종합선물세트가 옛날 느낌 그대로 '촌스럽게' 출시됐다.롯데제과는 레트로 과자종합선물세트 '햇님과자세트'를 이커머스 전용으로 선보인다고 2일 밝혔다.햇님과자세트는 과거 롯데...출처매일경제




그 많고 많은 문제를 한 꼭지로 다룰 능력은 없기에, 총 3부작으로 나눠 연재하려고 한다.



오늘의 주제는 언급했듯, '교육의 불평등'이다. 








출처:https://blog.naver.com/dlditgh999/222951324519





몇십프로에 달하는 이자율의 사채를 쓴 실업자 아버지 때문에 현우(송중기 배우)는 수능을 보러가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하는 것은 이것이 그(현우)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우리는 점점 더 가난해지기 위해 일한다.






위의 말이 정확한 대사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비슷한 뉘앙스였다. 수능시험날 수능을 보러가지 않은 현우의 입장에서 읊조리는 진도준의 독백.



너무나 진실해서 더 이상 진실할 수 없는 명제다. 물론 과거 현우의 입장에서 그렇다. 현우는 진도준의 기억에 의하면 공부를 잘했다. 그러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가세가 기울면서 수능을 봐서 대학에 진학하려는 꿈을 접게된다. (어머니가 현우의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한 회사가 순양에 의해 도산했다. 투자금을 날린 어머니는 망연자실한채 거리에서 비명횡사한다. 이 부분은 다음 편에서 더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그리곤 노동자의 삶을 살게 된다. 막노동부터 시작했지만 명민했기에, 순양에 입사해 어느정도 위치까지 오르지만 결국 그 위치 때문에 죽음에 이르게 된다.



누군가는 말할 수 있다. 수능시험 안 본 것이 왜 점점 더 가난해지는 길이냐고. 대학가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대학졸업장'은 단순한 종이 한 장, 그 이상이다. 그 이상이고, 그 이상의 이상이다. 



대학의 본래 설립목적은 '진리추구'였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그 역할이 사회진출을 위한 디딤돌이 된 지 오래다. 특히 대한민국에서의 대학은 조금 특수한 성격을 갖는데 이는 한국인의 교육열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전세계가 모두 알고 있을 정도로 대단하다. 오죽하면 그것이 미국 사회학자의 눈에도 부각되어 책으로 출판되기까지 했다.





       


        한국교육은 왜 바뀌지 않는가?저자Michael J. Seth출판학지사발매2020.03.10.




'한국교육은 왜 바뀌지 않는가?'라는 책의 원제는 아래처럼 Education Fever 다 . Fever 말그대로, 열병이다.





       


        Education Fever : Society, Politics, and the Pursuit of Schooling in South Korea (Hawaii Studies on 양장본 Hardcover저자Seth, Michael J.출판University of Hawaii Press발매2002.10.01.




부제를 눈여겨 본다면, 다음과 같다.


Society, Politics, and the Pursuit of Schooling in South Korea



한국의 사회, 정치, 그리고 교육의 추구



이 글에서 위의 책을 해제하고픈 마음은 없다. 다만, 위 책이 어떤 책인지는 이번 논의를 이끌어나가는데 중요한 지점이 될 수 있다. 



외국인의 눈에서 본 한국인들의 교육열은 말그대로 '병적'인 수준이었다. 이에 이 책의 저자인 하와이대 교수인 M.Seth는 한국의 역사를 살펴보기에 이른다. 그의 논의를 정말 거칠게 요약하자면, 한국의 교육열은 지위상승을 위한 한국 중산층의 사회경제적 투자현상으로 볼 수 있다. 지위상승의 수단으로서 사람들은 자신의 소득수준에 맞게, 혹은 넘치게 교육경쟁에 뛰어든다. 교육경쟁은 학원이 될 수도 있고, 사립학교가 될 수도 있고, 과외가, 컨설팅이 될 수도 있다. 다만 한가지 자명한 것은 이러한 경쟁이 과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병적인 교육경쟁의 단면을 잘 보여준 드라마가 바로 '스카이캐슬'이다.






            


        귀족학교 전성시대…사립초 열풍 분다뉴스내용[비즈니스 포커스]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 되면서 서울의 한 공립초에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등교하는 모습. 코로나19 기간 동안 공립초는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해 많은 학부모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연합뉴스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사는 민혜윤(가명·40) 씨는 현재 일곱 살인 자녀를 내년 사립초등학...출처한경비즈니스




다시 '재벌집막내아들'로 돌아와서, 극 중 현우가 막노동판으로 가는 인력사무소에서 버린 것은 수험표 한 장이 아니다. 그것은 '지위상승行 열차 탑승티켓'이다. 현우는 당장의 '급한 불'인 아버지가 빌린 사채를 갚기 위해 공사장 인부가 된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불러 올 파급을 알지 못한다. 대한민국에서 고졸이라는 꼬리표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해서는 사회에 나가기 전인 학생들이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 



현우는 전형적인 블루칼라 계급의 아버지와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렇지만 공부를 잘하면서 대학진학을 꿈꾸게 된다. 추측해보건데, 현우는 그 흔한 학원하나 다니지 못했을 것이다. 식당일을 하는 빠듯한 살림에 아버지가 해고된 시점에 고등학생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현우는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학업에 열중한다. 담임선생님도 현우에게 대학 진학을 권한다. 현우는 너스레떨 듯, 엄마에게 담임선생님과의 상담내용을 흘린다. 하지만 어두워지는 어머니의 표정. 제사상에 있는 현우 어머니의 영정사진과 오버랩이 된다.



한국사회에서 교육경쟁은 결국 자본의 논리로 돌아간다. 대치동 학원가 옆의 아파트 가격이 다른 곳에 비해서 높은 이유에서 볼 수 있듯이, 교육경쟁의 대표격인 학원은 곧 전쟁터이다. 전쟁터의 총과 총알은 자본과 정보력이다. 자본과 정보의 질과 양에 따라 개개인이 무장할 수 있는 화기가 달라진다. 그렇다. 이것은 불공정하다.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고 도덕적으로 아무리 비난해도, 현실에서는 푸틴을 막을 방도가 없다. 대학시절 교수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국가들 사이에는 '도덕'이 없다고.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고매한 도덕이나 윤리가 아니라, 생존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한국에서의 교육경쟁을 '열병'수준이 아니라 처절한 '전쟁'으로 묘사하고 싶다. 도덕이나 윤리 따위는 손쉽게 저버리는 한국의 지도층 소위 엘리트의 모습에서 부상 당한 몸을 이끌고 가는 적군을 사뿐히 즈려밟고 미소짓는 감정이 메말라 버린 군인의 모습을 보는 건 나만의 환영인가?



이처럼 한국의 사교육과 그 일체는 부모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자본을 후대로 매끄럽게 배달해준다. 2022년 현재의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드라마에서 환생한 도준은 서울대법대에 합격한다. 아무리 전생에서 왔어도 시험 문제의 답을 보고 오지는 않았을테니, 현우가 직접 공부해서 합격한 결과로 유추해볼 수 있다. 행간을 읽자면, 순양가의 진도준으로 태어났다면 전생의 윤현우도 서울대 법대에 충분히 합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수능이 끝나고, 대학에서 서서히 합격자를 발표하는 시기가 왔다.



우리가 물어야할 것은 세가지다. 



수능시험이 정말 대학수학 능력을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가?



만약 측정할 수 있다면, 그 능력의 개발은 개인의 차이가 아닌 사회경제적 배경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그리고 마지막, 그것은 공정한가?






            


        강남 8학군의 탄생, 이렇게 시작됐다뉴스내용[강남공화국의 민낯12] 교육특구, 강남 8학군의 탄생[오마이뉴스 글:전상봉, 편집:장지혜] ▲ 서울대학교 정문 1980년 발표된 7.30 교육개혁 조치로 대학 문턱이 낮아지긴했지만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대학 서열 구조는 여전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학벌체제의 벽은 높아졌다. ⓒ 전상봉문교부는 ?1968년 7월 15일 중...출처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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