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초리가 허공에서 맞물렸다. 서둘러 거둬진 시선은 남겨진 쪽을 초라하게 했다. 사실 초라함은 오래 전 논외였다. 맞닿지 않은 시선에 서운함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정말이지 사치에 가까웠다. 제멋대로 새어 나온 때 묻은 숨결이 그의 목구멍에 걸려 해를 입히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꽤 슬프긴 했다. 섣불리 꺼내 놓기도 어려울 만큼 애달픈 이 마음이 너에겐 공해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더 아팠다. 그럼에도 그는 내 모든 것을 옭아맸다. 내 시간은 너의 단위로 나뉘어 졌고, 의미 없는 몸짓은 하루를 바꿨다. 진부한 노랫말도 네 앞에선 마디마디 반짝였다. 같지 않은 마음이 단지 그것일 뿐이라면, 난 차라리 기뻤다. 그를 전후로 달라진 공기는 내 숨을 막히게 하고 너를 경직시켰다. 다듬지 못한 내 감정이 찰랑일수록 너에게 쌓였던 건 피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