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Hyun Feb 14. 2023

혹하게 만드는 '나쁜 드라마' 같으니

드라마 '연애대전' 리뷰

'나쁜 이성'에게 끌리는 이유는 선하고 올곧은 착한 이성들과는 달리 어디로 튈지 종잡을 수 없는 예측이 불가능한 반전 매력을 뿜어내고 있어서다. 넷플릭스 드라마 '연애대전' 또한 다른 로맨틱 코미디 장르 드라마들과 비교하면 '나쁜 드라마'에 속한다.


'연애대전'은 남자에게 병적으로 지기 싫어하는 여자 여미란(김옥빈)과 여자를 병적으로 의심하는 남자 남강호(유태오)가 전쟁 같은 사랑을 겪으며 치유받는 이야기다. 요근래 작품들에서 강렬한 캐릭터를 보여줬던 김옥빈과 유태오가 밝고 통통 튀는 로코에 등판했기에 자연스레 눈길을 끈다. 


남녀 주인공이 서로 다른 성별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가지고 있어 언뜻 무거워 보이는 듯 하나, '연애대전'은 가벼이 접근할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코스를 밟는다. 악연(?)으로 엮어 계약연애를 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는 내내 로맨틱보다는 코미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래서 설레기보다는 웃음을 더 많이 유발한다.


그 중심에는 여미란 캐릭터가 있다. 기존 로코 여자주인공들의 클리셰를  뒤엎음과 동시에 남자주인공들에게 있었던 설정들(다재다능함, 저돌적이고 시원한 성격)을 모두 장착하고 있다. 그 덕분에 빼어난 전투력과 저세상 똘기까지 더해져 '연애대전'의 몰입도를 한껏 높인다. 18년 만에 첫 로코에 도전한 김옥빈의 선택은 옳았다. 김옥빈의 팬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가 되겠다.



상대역인 남강호 역의 유태오의 변신도 눈에 띈다. 상당히 까칠한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허약하고 순한 맛을 보여주며 귀여움을 유발한다. 두 남녀 주인공의 친구이자 서브로 등장하는 김지훈과 고원희 또한 생각 이상의 케미로 극에 재미를 더한다. 여미란의 고객이자 의자매를 맺은 최수진 역의 김성령의 푼수끼도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연애대전'에 빠져들게 만드는 건, 농약 같은 캐릭터뿐만은 아니다. 뻔한 로맨스로 갈 것 같으면서 살짝 비틀어버린 웃음코드나 착착 달라붙는 말맛이 느껴지는 대사들의 향연 또한 이 드라마로 즐길 수 있는 요소다.


다만, 이 호기로운 기세가 중반부를 지나면서 점점 힘이 부치는지 추진력을 잃어버리는 듯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아마도 여미란과 남강호 두 캐릭터의 관계가 계약이 아닌 실제 이성적인 호감으로 변해가면서 이에 걸맞은 코믹 요소를 대입시키지 못한 터. 여기서부터 흔하디 흔한 로코의 클리셰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 것.


그래서인지 '연애대전'은 막판에 긴장감을 주기 위한 새로운 사건을 발생하게 만드는 데 너무 인위적으로 다가온다. 흐름상 꽉 닫힌 해피엔딩으로 전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말로 도출하는 과정이 아쉬운 건 사실이나, '연애대전'은 충분히 보는 이들을 혹하게 만드는 마성을 지녔다. 그리고 같은 로코 장르 드라마인 '사내맞선'처럼 부담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매거진의 이전글 100년 뒤 이 영화는 어떻게 남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