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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cherry Apr 21. 2024

감상기록 - #5 (그저.. 감상)

끊임없이 마주하는 현타에 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요즘 생각하는, 그러나 답을 아직 찾지 못한 것들,


- 이 업의 흐름 상 '나'여야 할 이유가 있는가

- 회사의 다양한 역할 혹은 직급에 있는 이해관계자의 말들에 의해 변하는 방향성들이 회사와 사용자를 위한 일로 느껴지는가


이 두 가지 모두에 대한 답이 No가 된다면, 혹은 설령 노력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럴만한 의지가 없거나, 더 이상 큰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 다음은 무엇일까.

당연히 '나'야 라고 확신을 가졌던, 그렇게 오만했고 회사 내에서 발생하는 납득이 잘 되지 않는 일들에 대해 이겨내고 싸울 수 있었던 시절이 한 때 있었음에 감사한다.

비슷한 현타를 느끼면서도 생계를 위해 또는 소속감이나 일을 하고 있다는 만족감이 더 커서 출퇴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인가. 


대학원 때부터 나의 일기는 온통 '업'과 '업'을 통해 만난 사람들에 대한 얘기이다. 그만큼 중요했고, 좋아했으며, 평생을 할 것이라 믿었던, 그러나 지금은 애증의 대상이 되어버린 '업'.


인사를 고할 때가 다가오고 있는가, 아니면 더 해볼 씨앗이 그럼에도 내 마음 깊은 곳에 남아있는가.


봄이 되어 날씨가 좋아서인지, 지난 커리어들에서 함께 했던 동료들의 오랜만의 연락으로, 또는 이제 친구가 되어 자주 보는 동료들과의 연락으로 만남이 다소 많아진 요즈음 많은 생각들을 공유하며 느끼는 단상들.


#1. 내가 알고 있고 애정하는, 앞으로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친구들이 현재의 나보다 당연하게도 더 나아질 수 있으니 꼭 좋은 환경을 찾아 이를 토양으로 잘 굳힐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나 설령 잘 되지 않더라도 너무 크게 마음 다치지 않길, 그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지 않길 또 한 번 바란다.


#2.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일면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는 동시대를 함께 했던 동료들은 아마도 현재의 진통을 겪어내며 각자 나름의 길을 자신과 맞는 방식으로 찾아가리라 생각한다. 당시에, 욕심 있고 더 멀리 나아가고 싶었던 내가 마음속에서 완전하게 동의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10년 후에도 지금처럼 같이 일할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라고 했던 나의 동료들의 말이 지금은 조금 이해가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은 흩어지고 각자의 길에서 많은 시련들을 감내하며 열심히 살아내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가 되었을 때 또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까.


#3. 서로 없으면 안되는 중요한 협업이자 보완 관계의 직군에 있는 우리는, 각자 자신의 직군이 향후 더 필요없어질 것이며, 서로의 직군이 더 의미있어질 것이라는 씁쓸한 얘기를 근거를 들어 논리적으로 설명 하고 있었다. 우리는 어쩌면 많은 경험 끝에, 그리고 시대 변화의 흐름 속에 조금은 냉소적으로 '나 여야 하는가' 에서 나아가 '내가 속한 직군이 소수를 제외하면 진정 필요한가' 에서도 현타를 느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환경적으로 말 많은 누군가들에 의해 혹은 정치적인 이유로, 혹은 세상을 풍미하는 특정 키워드가 지닌 거대한 힘에 의해 전세계 기업들이, 그리고 세상이 납득 되지 않는 형태로 우르르 따라가는 상황들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의 표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결론은 크게 망할 일도, 크게 성공할 일도 없는, 그저 자신의 영역에서 요행을 바라지 않고 성실하게 열심히 사는 보통의 사람들, 나의 기준 소위 자기 PR만으로 성공한 네임드 이상으로 대단해 보이는 이들이 조금 더 편안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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