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의 번화가
망기스에서의 20박은 취소가 안 되는 요금이어서 그냥 버려야 하는데도
버티면서 버틴다고 노력을 해도 일주일이 지나니 더는 참을 수가 없게 되었다.
처음엔 아예 발리를 떠날까 하다가 떠난다는 것으로 아쉬움이 생겼는지
뭐라도 해 보자는 생각에 내가 해 볼 수 있고 해 보고 싶다는 호텔의 옵션으로
두 번의 트레킹 하면서 이때까지 살면서 흘렸던 땀보다 더 많은 땀을 흘렸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마저 하고 싶은 것이 없고 식당의 메뉴는 다 섭렵을 해 버렸다.
너무 한적한 곳에 와서 이런 분위기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는
그럼 번화가라는 곳은 어떤지 직접 가서 며칠만 지내보고 내가 원했던 곳이라면
그때 계속 있어 보자고 호텔 방을 정하고 다시 4박의 요금을 지불했다.
갑자기 열흘 이상이 남아 있는 객실 손님이 떠나겠다고 하니
놀랬는지 왜 가느냐고 하면서 다시 돌아올 거냐고 물었다.
그때 다시 돌아와도 되는 거구나 하는 생각에 놀랬는데
이런 낯선 여행지가 돌아와도 되는 집 같은 역할도 할 수 있는 거구나 했다.
호텔 측에서는 다시 돌아온다면 더 좋은 방으로 주겠다면서 꼭 오라고 하는데
그러겠다고 하면서 다시 돌아 올 일이 있겠나 싶었다.
이곳으로 올 때에는 한밤중이어서 두 시간을 달리면서도 경치 구경은 못했는데
밝은 대낮이니 제대로 볼 수 있겠다고 기대를 했더니 그저 트레킹을 하면서 봤던 그 풍경...
처음 발리에 내려 캄캄해서 상상으로 키웠던 신비로운 풍경은 그저 환상이었다는 걸 확인했다.
난 일주일 만에 엄청 익숙해졌는지 아무런 느낌 없이 매일 봐 왔던 것을 보는듯한 기분이었는데
이러고 두 시간을 보내니 차가 밀리기 시작하고 발리의 공항이 보이니 뭔지 모르게 안심이 되어
눈에 익숙한 간판들이 나에게 역시 도시가 좋지 않냐고 하는 것 같았다.
차가 막히기 시작하더니 사람이 걷는 것보다 더 느린 속도가 되어 이게 도심지였지 하는...
아직 차 안에 있는데도 벌써 질리는 것 같은 기분에 떠나온 망기스의 호텔을 떠올리고
이래서 내가 한적한 곳을 택했었는데 무엇 때문에 그 한적한 곳을 떠나왔나 하는...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나는 내가 지금 뭘 원하는지 나도 모르게 되었다.
그러지 않아도 갑갑한데 호텔은 내가 예약한 방과 다른 좁고 어두운 방을 주어
예약한 방의 사진을 보여주며 다르다고 하니 방을 바꿔줬는데
이렇게 따져야 권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에도 도심이라서 그런가 했다.
빌려주는 오토바이 옆으로 있는 것이 해변의 담장
해변으로 들어가는 입구
아침에 해변가 청소
쿠타의 해변의 나무
조용하고 깨끗한 분위기의 호텔 음식은 맛은 좋았지만 지겨워
도심이라면 다양한 식당이 많을 테고 그럼 골라 먹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했는데
생각대로 주변에 식당이 넘쳐나게 많았지만 위생이나 더위에 좀처럼 끌리는 곳이 없어
호텔 가까이에 있던 커다란 쇼핑 몰의 에어컨이 있는 식당에 앉아 먹었다.
주변의 식당가
쇼핑몰의 분위기는 어디나 비슷하구나 하며 식당을 고르면서 헤매고 다녔었는데
이런 곳에서 끼니를 때우자고 발리까지 왔나 하니 왠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쿠타에서의 4박이 마치면 발리를 떠나자는 결심을 하고 비행기 일정을 바꿨다.
딸기가 들어 있는 김밥...
그리고 떠나는 전 날 나를 위해 거창한 호텔 식당에 갔었는데
그 많은 종류의 음식들 중에 내가 먹고 싶은 것은 한정되어 정말 미련이 없게 되었다.
새벽에 떠나는 비행기를 타려고 밤 10시에 택시를 타고 나가는데
낮에는 볼 수 없었던 상상도 못했던 별천지가 가까이에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쿠타가 이런 모습도 가지고 있었구나 하면서
60 나이가 아니고 그 절반의 나이여도 이런 곳은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발리에 남겨진 조그만 아쉬움까지 모두 싹 담아서 미련 없이 공항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