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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Mar 18. 2024

집안에서 쿰쿰한 냄새가 났다.

부모님의 오래된 물건

3개월 만에 부산의 오피스텔 문을 여는데 쿰쿰한 냄새가 났다.

아주 오래된 물건들이 내는 냄새인 것 같아서 순간 창피했는데

떠나기 전에 걱정이 되어 듬뿍 넣어 두었던 방충제가 떠올랐다.


이 오피스텔에 있는 물건의 반은 부모님의 집에서 가져온 것들로

버려야 한다는 것에서 마음이 내키지 않아 그냥 가지고 있던 것인데

이 오래된 것들이 잊지 말라고 이 공간에 존재한다고 알리는 것 같았다.


이 물건들은 아들이 와서 사는 동안 조용히 자리만 지키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3개월을 비워뒀더니 그들의 세상이 되어 버렸나 보다.

정말 그동안 버젓이 눈앞에 있던 물건들을 없는 듯이 생각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사진들을 정리해서 버리자고 열심이었던 것이

언제 적 일이었는지 계속 하나씩 마음에게 정리를 하자고 했었는데

그때 그대로 멈춰서 버려야 하는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방안을 환기시키면서 이 냄새에 대해 나이를 먹기는 했지만 

건강한 여인이 사는 집에서 나는 냄새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 오래된 물건들을 어떻게든 버려야 한다는 것인데 

무엇을 기준으로 버려야 하는지 머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부모님의 물건을 정리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좋은 추억도 없지만 나쁜 추억도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고

아버지 방을 내가 부산에 올 때마다 정리를 해 드려서 그런지

이 물건들은 시간을 거슬러 그때의 그 공간을 떠오르게 해 준다.

그래서인지 그냥 내 곁에 있는 것으로 왠지 모르게 든든한데

오랫동안 사셨던 그 아버지의 방이 주었던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그래서 이 가구를 가지고 왔었는지 나도 모르게 한 행동이었는데

동생들이 다 버리자고 하는 것을 놔둘 곳이 있다고 가지고 왔었다.

가져온 내가 의미를 붙이는 것인지 이제는 그냥 이대로 살자고

이 오피스텔도 아버지 간병 때문에 장만하고 그래서 공간이 생기고

그래서 아버지의 물건이 이 공간에 온 것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물건들이 오래된 냄새가 난다는 것은 알고 있어서

날씨가 좋은 날에는 창문을 열고 서랍들을 모두 열어서 환기를 시켰는데

꼭꼭 닫아 놓고 3개월 동안 비워뒀더니 이런 사태가 되었던 것 같았다.

내가 이유를 찾으면 그때 고이 모셔서 버리자고 마음을 먹었는데

좀처럼 그 이유를 찾지 못해 머뭇거리는 사이에 이런 일이 생기니

이젠 정말 뭔가를 해야 한다고 이 속에서 사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물건을 보면서 추억을 나눌만한 일은 없는데 머뭇거리는 이유가 뭘까 하니 

버리는 마음이 힘들어 그저 내 마음 편하자고 이대로 가지고 있는 그런 것이 

장소를 차지하는 것에서 이제는 방 안의 공기까지 괴롭힘을 당하고 나니

머리가 아프더라도 생각이라는 것을 해서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 같다.


이번에 LA 아파트에 있는 아들의 물건과 내 물건을 과감하게 버리고 왔는데

그러는 동안 나는 후회를 하지 않을까 하는 망설임에 추려 놓고서도 

한동안 버리지 못하고 같이 살다가 떠나야 하는 몇 주 전에 떠밀려서 버렸다.


내 물건은 내가 죽을 때 나와 같이 사라져야 한다면서 추려 냈지만 

자식의 물건은 나와 같이 한 추억들이 있어서 정말 많이 갈등했었다.

그렇게 자식의 물건도 추려 냈으니 부모님의 물건도 해 내지 않을까 하는데

내가 하지 않고 죽으면 결국 내 아이들이 해야 하는 일이 된다는 생각에

마음을 단단하게 먹고 부모님의 물건들을 조금 더 줄여 보려고 한다.


적어도 내가 사는 곳에서 이런 쿰쿰한 냄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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