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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Apr 12. 2024

필수품이 되어버린 파스

여러 가지로 덕을 보고 있다.

20년 전부터는 파스에 의지를 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지금은 혼자서 지내면서도 파스의 힘을 빌리지만

전에는 아이들이 있는 곳에 가면 필요해지는 것이어서

떠나기 전에 넉넉하게 사서 여행가방에 꼭 챙겨 넣었는데 

파스는 부피도 없고 무게도 없어 이런 면에서도 좋았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이건 완전히 같이 살아야 하는 건데

아직도 파스의 위력을 모르고 있는 친구가 있어 신기했다.

그래서 엄청 신나게 자랑질을 해 대면서 한번 써보라고 

한국의 위상이 달라진 만큼 파스의 성능도 달라졌다고 했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져도 붙일 수 있는 선택받은 사람만이

이 파스를 쓸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나의 아버지처럼 하얀 피부를 가진 사람은 붙일 수 없는데

왜 파스를 안 쓰시는지 성능을 모르시나 하면서 권하니

아버지 피부는 붙인 부분이 벌겋게 되고 간지럽다고 했다.


그래서 내 피부가 파스를 잘 견뎌내는 것에도 고마워한다.

그렇다고 오래오래 붙이고 있어도 괜찮은 것은 아니지만

나의 아버지처럼 피부색이 변하지는 않아 마음 편히 붙인다.

아버지의 피부를 닮은 딸에게도 파스는 권하지 않는데

그래서 하얀 피부가 부럽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40대에는 일본에서 바로 미국으로 다녔었는데

그때엔 일본 파스만 써 봤지 한국의 파스는 아예 모르고 살았다.

듬뿍 사 들고 간 덕분에 미국에서도 일본 파스만 썼는데

미국 파스는 사려고 했던 적이 없어서 어떤지 잘 모른다.

그러다가 50대 후반이 되어서 한국에 드나들기 시작하고

한국 파스도 알게 되었는데 성능도 좋으면서 엄청 싼 것에 놀랬다.


일본 파스는 한국 파스보다 성능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도 

뻐근해서 붙이는 나로서는 둘 다 비슷한 느낌으로 좋지만

일본 파스는 한국 파스의 몇 배나 비싸니 가성비를 생각해서

한 장을 꺼내면서 어떻게 하면 최대의 효과를 내게 할 건지

붙이는 범위를 잘 측정하려고 머리를 쥐어짜야 했다.


그랬던 구속에서 한국의 파스는 나를 꺼내줬는데

쑤시는 부분을 정확하게 구분하지 않아도 되도록 해 줘서

마음 편하게 붙여두고 싶은 곳은 넓은 범위에 넉넉하게 붙이니

효가가 더 크게 나는지 이젠 한국 파스만 쓰게 되었다.


덕분에 점점 붙이는 솜씨가 늘어난다.

요즘 파스는 붙이기 쉽게 파스 뒷부분이 3등분으로 되어 있어

한 손으로도 어깨나 허리 뒤쪽에 척척 붙이는데 실패가 없다.

파스의 진화가 여러 방면으로 나를 혼자서도 잘 살게 도와준다.


어제도 어깨가 뻐근해서 파스를 붙이고 누웠는데

알레르기 비염으로 누우면 막히는 코가 파스 냄새에 시원해져

이런 고마운 일도 파스가 해 주는구나 하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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