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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Apr 20. 2024

꽃피는 봄날의 아버지 기제사

자식들이 모이는 날

아버지가 급격히 나빠진 계절은 겨울이었다.

작은 고모가 조금 더 버티다가 꽃 피는 봄에 가셨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아버지와 자주 연락을 하셨던 작은 고모는 좋은 오빠였는데 하면서도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것에 역시 어른이시구나 했었다.


정말 고모의 말대로 꽃 피는 봄날에 떠나셨다.

그래서 아버지의 자식들은 꽃이 흩날리는 날에 산속의 절에 모인다.

이제는 서로 용건이 없어서 그저 설날에 잘 지내냐는 문자 정도인데

기제사날에는 서로 얼굴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날이 되었다.


3년간의 명절날과 기제사는 내가 챙겨서 비용도 내가 냈는데

4년째부터는 엄마의 기제사까지 합쳐서 비용도 두 배가 되니 

이렇게 혼자서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공동으로 하자고

제삿날을 챙겨서 절에 예약을 하는 것은 장남이 하도록 했다.


우리 3남매는 모두 결혼을 하고 아이들도 다 있는데

첫째인 나는 이혼 비슷한 상태이고 아이들은 미국에 있으며

둘째인 장남의 아내는 모태 종교인으로 제사를 꺼려하는데

그녀의 두 아들도 모태 종교인으로 절하는 자체를 피한다.

막내인 차남의 아내도 어느 날 종교인이 되더니 동생까지

모태 종교인보다 더 열심히 교회를 다니는 듯해 보였다.


기독교인인 아버지의 친구분은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죽은 아버지가 무슨 신이냐고 하시면서 한마디 하셨는데

기독교에서는 절대로 절을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는데

기제사에 와서 절을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었다.


이 대웅전을 새로 지을 때 엄마가 기부를 많이 하셨다며

법당 천장 가까이에 있는 작은 불상들 중에 이름이 있다고

엄마가 해 준 이야기를 장남인 큰 동생이 나에게 전했다.

그래서 49재 때 혼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절에 드나들면서

그 불상을 찾아봤는데 아버지와 작은 동생것은 있었지만

정작 있다고 믿고 있는 큰 동생의 것은 보이지 않았다.

엄마의 장남 사랑이 엄청났었는데 왜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큰 동생에게 사실대로 말하기가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유일신을 믿어 법당 안에는 발도 디디지 않는 작은 동생은

자신의 이름이 쓰인 작은 불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제사를 지내는 동안 스님께서는 불교 언어를 쓰셔서 잘 모르겠는데

계속 아버지의 자식들이라고 며느리에 손자들의 이름을 부르신다.

그런데 이들이 모두 기독교인이어서 불교의 불자도 싫다고 하는데

이렇게 법당 안에서 그것도 스님이 자꾸 이름을 불러도 되는지 모르겠다.


이런 사정으로 매번 기제사에는 나와 큰 동생 둘만 앉아 불경을 듣는다.

작은 동생은 시작하기 전에 와서 우리와 얼굴을 보면서 인사를 하고

종교 탓으로 같이 있을 수는 없다며 이해해 달라며 떠났다.

그래서 이번엔 기제사가 끝나고 나서 같이 밥이나 먹자고 

제사를 끝내고 나와서 벚꽃 잎 아래에서 작은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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