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큰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3개월 만에 만나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게 되면
그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아이의 반응이 너무 세세하게 전달이 되는데
모르는 척 지나치려니 너무 무심해 보일 것 같고
아무 말이나 던졌더니 아이가 나에게 한소리를 했다.
용건이 확실했던 영상통화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일인데
같은 공간에서 오며 가면서 꺼내는 대화는 조심스러웠다.
아이의 행동이 보이는데 그걸 모르는 척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딱히 할 말도 없는데 말을 꺼내기도 그러니
생 남처럼 모르는 척해야 하는 건지 망설이다가
헛소리를 꺼내게 되면 또 한 소리를 듣게 된다.
진지하게 말을 꺼내니 아이의 표정이 시큰둥해지는데
딸아이가 짜증을 내면서 같은 이야기를 계속하면 어쩌냐고
벌써 이야기를 해서 결정 낸 것을 또 꺼내냐고 하면서
기억을 해 두라고 잊지 말라고 했다.
맞다. 같은 이야기 이기는 한데
처음엔 집을 옮기는 것이 좋을까 하는 것이었고
이번엔 이대로 그냥 살면 어떨까 하는 것인데
그게 같은 말이라고 한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어른은 되기 싫은데
생각보다 말을 먼저 하고 보는 타입도 아닌데
이런 말에 조심을 하려니 엄청 힘이 든다.
그리고 이런 내용은 가족이나 이해가 될 것 같고
이제는 다 큰 자식이니 상담이 될 것도 같아서
붙잡고 떠든 대화에 아이들은 알아서 하란다.
어차피 마지막은 내가 결론을 낼 것이다.
딸은 이렇게 생각하고 아들은 이런 입장이구나 하며
내가 살아가는 장소가 아이들에게도 연결이 되니까
아이들의 의견도 들어 보고 싶었는데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젊은 아이에게는 당연한 것일지도
그 나이의 아이가 나이 먹은 내 삶에 관심이 많다면
그것도 조금은 걱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러니까 난 이제 아이들에게 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젊어서 기억을 잘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말을 꺼낼 때는
잘 생각하고 말을 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거다.
그리고 보면 내 부모님의 반복되었던 말을 나도 기억한다.
그렇다고 같은 말을 또 한다는 말은 나는 하지 못했는데
나와 다른 내 아이 덕분에 나는 긴장감을 가지게 되고
그래서 탄력이 좋은 정신줄을 가지고 살게 될 것 같다.